기회의 땅 중국으로 적을 옮겼던 한국 축구 선수들이 아시아쿼터 폐지 등으로 대거 역(逆) 엑소더스를 감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슈퍼리그에 소속된 선수는 김영권(광저우 헝다), 홍정호(장쑤 쑤닝), 황일수(옌볜 푸더), 권경원(톈진 콴잔), 김기희(상하이 선화), 김주영(허베이 화샤)이다. 홍정호는 전북 현대로의 이적이 유력하다. 지난해 7월 중국에 둥지를 틀었던 황일수는 6개월 만에 K리그로 유턴한다. 김기희, 김주영 역시 이미 다른 팀을 적극 물색 중이다. 권경원은 이번 시즌 톈진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팀을 떠날 것처럼 보였던 김영권은 근래 팀 전지훈련에 합류하며 잔류로 가닥을 잡은 듯 보이지만 출전시간이 보장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엑소더스는 상당부분 강요된 측면이 있다. 지난해 말 중국축구협회는 팀별로 아시아인 1인을 추가 영입할 수 있는 ‘아시아쿼터제’를 폐지키로 했다. 이전 시즌까지 중국 슈퍼리그 팀들은 외국인 4명에 아시아축구연맹 가맹국 국적 선수 1명을 영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월드컵예선 성적 부진 등으로 자국 선수 육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외국인 4인만을 유지하고 아시아쿼터를 폐지하기로 했다.
근 몇 년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등에서 거대한 이적료를 받고 중국으로 이적한 슈퍼스타가 팀에 즐비한 상황에서 아시아쿼터로 넘어갔던 상당수 한국인 선수는 경쟁력을 잃게 됐다. 결국 코리안 슈퍼리거는 K리그로 유턴하거나 J리그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역 엑소더스’를 하는 모양새다.
위화감은 지난해부터 있었다. 중국축구협회는 외국인 선수 출전을 종전 5명에서 3명으로 제한했다. 소속팀에서 외국인 선수로는 5번째 경쟁력을 인정받던 한국인 선수들은 자연히 출전시간이 줄었다. 그런데 이제는 시즌 로스터에서도 제외될 처지에 놓였다. 슈퍼리그 엑소더스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택해야 하는 사항이 됐다.
지난해 여름부터 엑소더스는 시나브로 이뤄졌다. 지난해 7월 국가대표 수비수 장현수가 광저우 R&F에서 FC 도쿄로 이적했다. 옌볜 푸더에서 뛰던 김승대와 윤빛가람은 K리그로 유턴해 각각 포항 스틸러스와 제주 유나이티드(현 상주 상무)로 옮겼고, 스자좡 융창의 조용형은 제주로 돌아왔다.
중국을 떠난 이들이 한국으로 온전히 유입되는 건 아니다. 일본 J리그는 지난해 2016년 영국 퍼폼 그룹(Perfrom Group)과 10년간 총액 2100억 엔(약 1조9828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맺으며 선수 영입의 실탄을 장전했다. 지난해 여름 장현수를 비롯해 황의조(감바 오사카), 김보경(가시와 레이솔), 정승현(사간 도스), 마르셀로 토스카노(오미야 아르디자) 등 거물급 선수들이 대거 일본으로 넘어갔다.
J리그의 거대한 투자는 곧장 성과로 나타났다. J리그 소속 우라와 레드는 지난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컵을 들었다. 반면 중국과 일본에 선수를 대량 빼앗긴 K리그는 ACL 대회 개편 이래 처음으로 8강에 한 팀도 들어가지 못하는 굴욕을 지난해 맛봤다. 슈퍼리거 엑소더스로 일부 전력보강에 성공한 한국팀이다. 전북 현대도 징계에서 풀려 아시아 대항전에 참가한다. 중국, 일본뿐 아니라 중동 오일머니도 만만찮은 자본력으로 선수를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결과는 뚜껑을 열어야 알 수 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