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 ‘의적’이란 호칭을 달고 살았던 리버풀이 올 시즌에도 그 기세를 진득하게 이어가고 있다.
리버풀은 15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안필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2017-20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3라운드에서 난타전 끝에 4대3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로 맨체스터 시티는 리그 첫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앞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샤크타르 원정전에서 0대1로 패한 게 이번 시즌 유일한 패배였던 맨시티다. 리그에서 20승2무로 EPL 역사상 22라운드까지 가장 높은 승점을 기록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2003-2004시즌 무패우승을 달성한 아스널 이상의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리버풀에게 일격을 맞으며 그 꿈이 허무하게 사그라졌다.
맨시티 무패 행진에 제동을 거는 팀이 리버풀이 될 거란 기대는 이전부터 있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부터 ‘의적’이란 호칭을 달고 살며 유독 강팀에게 막강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의적은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이들을 일컫는다. 임꺽정, 홍길동, 로비 후드는 부정부패가 만연한 시대에 썩은 권력을 응징하며 도적이 되기를 마다 않았고, 민심은 이들을 ‘의로운 도적’이라 칭했다.
그러나 스포츠 구단에게 의적 호칭은 그리 달가운 게 아니다. 어떤 팀을 상대하든 승점은 동일하다. 강팀에게 힘겹게 이겨도 중하위권 팀에 비기거나 져서는 시즌 성적이 좋을 수 없다.
지난 시즌 리버풀은 ‘BIG6’로 평가받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시티, 첼시, 토트넘, 아스널 등을 상대로 5승5무의 성적을 거뒀다. BIG6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그러나 이는 시즌 성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스완지시티, 헐시티, 번리, 본머스 등 강등권에 있는 팀들에 의아한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은 정 반대 모습이다. 현재 리버풀은 리그 14경기 무패(10승 4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하위권 팀들에게 착실하게 승점을 쌓아간 것이 직전 시즌과 사뭇 다르다. 반면 ‘BIG5’ 팀들에 1승3무2패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의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이번 시즌이지만 맨시티전을 통해 다시금 강팀에 막강 화력을 뿜었다. 이날 리버풀은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EPL 역대급 팀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경기 막판 2실점했지만 악착같은 수비로 맨시티의 무패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리버풀이 중하위권 팀들에 착실히 승점을 쌓고, BIG6에도지지 않는다면 리그 우승의 꿈도 더 이상 옛말만은 아니다. 물론 이번 시즌은 맨시티의 높은 벽(승점 62점)을 넘긴 힘들어 보인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