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는 운이 크게 작용하는 게임이다. 아이템 수급부터 안전지대 형성에 이르기까지 실력 못지않게 운 또한 따라줘야 한다. 제 아무리 강팀이라 하더라도 대회 예선에서 조기 탈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KSV 노타이틀은 아프리카TV 배틀그라운드 리그(APL)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스플릿1과 스플릿2를 연속 석권하면서 데이 포인트 2835점을 누적한 이들은 2위 노브랜드와의 점수 차이를 735점으로 벌렸다. 실력으로 이변을 잠재울 수 있음을 명확하게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스플릿2에서 노타이틀의 강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3일 차와 4일 차에 ‘팀의 두뇌’로 평가 받는 ‘벤츠’ 김태효 없이 3인 스쿼드로 경기를 치렀음에도 불구, 상위권에 안착하면서 스플릿 종합 1위에 올랐다.
KSV 노타이틀은 어떻게 다른 팀들보다 한 발짝 앞서나갈 수 있을까? 노타이틀에게 2차례에 걸쳐 직접 물었다. 1번째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이들이 4인 스쿼드 체재로 2일 연속 우승을 달성했던 스플릿1 3일 차에 이뤄졌다. 당시 ‘윤루트’ 윤현우는 최상위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로 3가지를 꼽았다. 1번째는 ‘벤츠’ 김태효의 오더 능력, 2번째는 멤버간의 좋은 팀워크, 3번째는 다툼 없이 이뤄지는 질 좋은 피드백이었다.
윤현우의 말처럼 노타이틀의 최고 강점은 김태효의 오더 능력에 있었다. 운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게임에서도 최선의 위치선정은 존재했으며, 김태효의 노타이틀은 그 위치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김태효는 징계로 인해 지난 7일부터 1년 동안 대회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 그 없이 3인 스쿼드로 스플릿2를 우승한 노타이틀에게 다시 물었다. 여전히 압도적으로 강한 이유는 무엇인가.
‘에스더’ 고정완은 멤버들의 뛰어난 게임 센스와 전투력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자의 게임 센스가 좋다. 특별히 말을 안 해도 개개인이 최선의 판단을 할 수 있다”며 “마지막 원에서 전부 살아있을 시 1명이 1개 스쿼드를 상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현우도 의견을 거들었다. 그는 “멤버 개인의 센스와 팀워크가 좋다. 또 자신이 연습했던 역할을 실제 경기에서도 잘 수행한다”면서 개인 기량과 팀워크의 조화 그리고 뛰어난 전술 수행능력이 팀을 강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섹시피그’ 한재현은 “과거에는 독보적이었을지 몰라도, 3인 스쿼드인 지금은 아니다. 새로운 멤버와 플레이하면서 다시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고 섣부른 평가를 경계했다. 그는 “팀 스타일에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시야에 보이는 적을 모두 잡아가면서 1등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1명이 없는 만큼 전력에 큰 손실이 있다. 웬만하면 싸움을 피하고, 경기 후반 순위를 방어하는 게임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APL 해설을 맡고 있는 ‘지수보이’ 김지수 해설위원은 노타이틀의 강점으로 이동 동선 구성과 정보 수집, 개개인의 뛰어난 역량을 바탕으로 한 오더 수행 능력을 꼽았다.
김 해설위원은 “노타이틀은 이동 동선을 짤 때 지속적으로 좋은 자리를 잡는다. 배율을 활용해 다음 동선을 안전하게 구성하는 팀”이라면서 “정보 수집 또한 이들의 강점이며, 개개인의 개인 역량이 뛰어나 어떤 오더가 떨어지더라도 충분히 이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들의 상징과도 같은 ‘강남(지오고폴 하단) 랜드마크 전략’이 그 강함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김 해설위원은 “강남 랜드마크 전략을 쓰면 부유하게 아이템 파밍을 할 수 있다. 배율·탄약 보유 상황 면에서 다른 팀과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노타이틀에게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팀들은 왜 강남 랜드마크 전략을 파훼하지 않을까. 김 해설위원은 “1번째로는 노타이틀이 워낙 잘 싸우는 팀이기 때문에 자신들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부담감이 있고, 2번째로는 쓸데없는 경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배틀그라운드는 마지막 1팀이 남는 게임”이라는 게 그의 추가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뚜렷한 역할 분담이 이들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오버워치와 달리 배틀그라운드는 특별한 포지션이 없다. 그러나 노타이틀은 스스로 최선의 역할 분담이 무엇인지 찾아냈고, 그것을 고도화시켰다는 분석이다.
김 해설위원은 “‘섹시피그’ 한재현은 선봉장이면서 돌격대장이고, 우회 공격도 자주 한다. ‘윤루트’ 윤현우는 축구의 미드필더와 같이 팀이 위기에 빠질 때 또는 화력을 집중해야 할 때 위치를 이동하면서 후방 화력을 담당한다. ‘에스더’ 고정완은 ‘프리’다. 공격수가 될 수도 있고, 윤현우처럼 미드필더가 될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훈련이 잘 되어있는 팀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노타이틀의 강함이 끊임없는 연습에서 왔다고 강조했다. 김 해설위원은 노타이틀을 두고 “처음엔 부진했지만 꾸준한 연습을 통해 체질개선에 성공한 팀”이라면서 “모든 선수의 훈련 태도가 좋다”고 전했다.
또 최근 멤버 변화와 관련해서도 “메인 오더가 바뀐 게 영향을 미치겠지만, 워낙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들이고 자신만의 해답을 찾는 데 능숙한 선수들이다”라면서 “처음엔 삐걱거리겠지만 나중에는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