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투혼을 발휘한 정현이 결국 준결승에서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정현(58위)는 26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르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준결승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의 경기에서 2세트 기권패했다. 통증을 감내하며 뛰었지만 한계에 봉착했다.
정현은 이번 호주 오픈 돌풍의 중심에 있었다. 세계랭킹이 58위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상위랭커의 선수들을 차례로 꺾고 올라왔다. 34강에서 4위 알렉산더 즈바레프(독일)를, 16강에서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제압했다. 8강에서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까지 꺾으면서 준결승에 진출해 ‘테니스 황제’와 조우할 기회를 얻었다.
문제는 정현의 발바닥이었다. 정현은 이번 호주오픈에서 발바닥에 물집이 심하게 퍼졌다. 피멍도 심하게 들어 조코비치와의 16강전에선 진통제를 먹고 경기에 임했다. 한겨례 보도에 따르면 정현은 통증을 1~10 단위로 묻는 의사의 질문에 15라고 대답했다고 전해졌다. 정현이 안고 있는 통증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태가 다소 완화됐다고 알려졌지만 정현은 페더러전에서 평소와 다른 둔한 움직임을 보였다. 부담감 때문에 다소 몸이 위축됐다고 여겨졌으나 정현은 2세트 게임스코어 1대4로 뒤진 상황에서 메디컬 타임을 불렀다. 의료진의 응급처치를 받은 정현은 다시 코트로 들어섰다. 하지만 통증을 견뎌내지 못하고 이내 기권을 선언했다.
정현의 꿈이 부상으로 인해 허무하게 저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