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계에 신성의 등장을 알렸던 정현(58위)이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정현은 26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단식 4강전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의 경기에서 1세트를 1-6으로 내주고, 2세트 게임스코어 2-5로 뒤진 상황에서 기권을 선언했다.
정현은 이날 ‘테니스 황제’ 페더러를 맞아 힘겨운 싸움을 펼쳤다.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았던 그는 페더러의 서브와 한 템포 빠른 스트로크에 제대로 반격하지 못했다. 기량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서브 에이스에서 페더러가 9-1로 앞섰다. 특히 페더러는 첫 서브가 성공한 게임에서 100% 포인트를 얻었다.
게임스코어 1-6으로 1세트를 내준 정현은 2세트에도 고전했다. 게임스코어가 1-4까지 벌어지자 정현은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르고 왼쪽 발바닥 물집을 치료했다. 응급처치 뒤 코트로 들어섰지만 이내 기권을 선언하며 경기를 포기했다.
정현은 이번 호주오픈 이변의 주인공이었다. 해외 언론과 테니스계는 정현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며 신성의 등장에 관심을 표했다. 정현은 대회 32강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를, 16강에선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차례로 꺾었다. 조코비치와 즈바레프는 일제히 "톱10에 들 재목"이라며 정현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해외 언론 역시 "정현이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며 호주오픈의 숨은 주인공을 조명했다.
한국인 최초로 그랜드슬램 4강에 진출해 또 한 번의 이변을 노렸지만 부상을 이겨내지 못했다. 페더러는 경기를 마친 뒤 코트 위 인터뷰에서 “정현의 부상 전에 움직임에 이상을 감지했다”며 “2세트부터 느려졌다. 결승에 올라 행복하지만 이런 식으로 이기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며 정현의 부상에 아쉬움을 표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19차례 우승한 페더러는 28일 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 28일 결승에서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