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重, '최악의 살인기업' 벗어나야 미래 있다

[기자수첩] 현대重, '최악의 살인기업' 벗어나야 미래 있다

기사승인 2018-01-30 05:00:00

1983년부터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았던 현대중공업. 위기를 맞은 현대중공업은 노조에게 과거의 방만한 운영때문에 2014년 창사 이래 최대치인 3조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소식지에 고백했다. 분사를 반대하는 노조를 무마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후 새로운 도약을 위해 4개 회사로 분사됐다. 회사 분사 후 상장 4개사 모두 흑자를 기록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도 두배 이상 공고해졌다. 특히 현대중공업 오너 3세 정기선 부사장 승계 작업도 순탄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또 다른 1위도 가지고 있다. 바로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타이틀이다.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오명을 2016년에 잠깐 내줬지만 다시 가져왔다.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16 중대재해 보고’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5년에 이어 2017년에도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1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그 중 7명은 하청노동자였다.

최근에도 노동자 1명이 숨졌다.  지난 23일 현대중공업 노동자 김모씨가 산소절단기로 취부 작업용 철판 부재를 제거하던 작업을 하다가 몸에 불이 붙었다. 전신 75% 화상 진단을 받은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25일 새벽 2시께 숨졌다.

조선업의 산업 특성 상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 1970년대 16만명의 근로자,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했던 일본은 두 차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인력이 5만명까지 줄었다. 그 결과 중국과 우리나라에게 시장을 내주고 말았다.

국내 인력 역시 조선업 근로자 수는 줄어들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20만명을 넘어섰던 조선업 근로자 수는 지난해 13만명, 올해 10만명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문제는 최근 3년간 10만명에 달하는 숙련인력이 현장을 떠나면서 국내 조선업의 기반도 급속도로 흔들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미래를 위해 인턴, 장학생 선발, 찾아가는 채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수 인재를 영입할 예정이다. 또 신기술 R&D를 통해 성과를 창출한 직원과 업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가진 인재에 대해선 파격적인 승진과 처우를 보장하고 해외 유학 등을 통해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반면 중요한 현장직 인원들은 협력사를 통해 채용하고 있으며 안전 사고에도 무방비로 대응하고 있다. 매년 특별근로감독을 받고 있지만 계속해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다.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십 개발, 스마트 야드 구축 등에 2조500억원을 투자해 '따라올 수 없는 세계 1위 기업'이 목표인 현대중공업. 현장직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었야 이같은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으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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