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이규형 “유명 감독 캐스팅으로 스타 된 연극배우, 남 얘긴 줄 알았어요”

[쿠키인터뷰] 이규형 “유명 감독 캐스팅으로 스타 된 연극배우, 남 얘긴 줄 알았어요”

기사승인 2018-01-30 00:01:00


최근 서울 압구정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규형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말로만 듣던 성공 스토리가 자신의 이야기가 될 줄은 그도 몰랐다. 어떻게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게 됐는지 본인도 신기한 눈치였다.

tvN ‘도깨비’, ‘비밀의 숲’, ‘슬기로운 감빵생활’. 그의 최근 출연작만 떠올려 봐도 이유를 찾기가 쉽다. 소화한 캐릭터의 폭도 넓다. 보험금을 타려고 아내를 죽인 남편부터,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아빠이자 살인범인 검사, 마약중독자이자 동성애자인 약대생 등 복잡한 내면을 가진 캐릭터를 표현해왔다. 어렵고 매력적인 역할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낸 덕분에 대중의 호응은 더 뜨거웠다.

그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출연하게 된 과정도 극적이었다. KBS2 ‘화랑’으로 드라마 연기에 도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다시 연극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무대로 돌아왔다. 그렇게 그가 다시 출연한 연극과 뮤지컬을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PD였다.

“2016년 가을, 겨울에 연극 ‘날 보러 와요’와 뮤지컬 ‘팬레터’를 하고 있었어요. 그걸 신원호 PD님이 두 편 연달아 보러 오셨더라고요. 운이 좋았죠. ‘날 보러 와요’에서는 만취 상태로 경찰서에서 난동을 피우는 용의자 역할을 맡았어요. 그 연기에서 톤만 조금 바꾸면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해롱이 역할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보셨다고 신 PD님이 나중에 말씀해주셨요. ‘비밀의 숲’을 촬영하던 지난해 2월 ‘슬기로운 감빵생활’ 오디션을 보러왔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두 번에 걸쳐 오디션을 보고 같이 하자는 신 PD님의 말씀을 들었죠. 너무 좋았고 신기했어요.”


이규형이 맡은 해롱이는 마지막회에 등장하지 않는다. 교도소에서 출소하자마자 마약을 다시 투약해 잡혀가는 충격적인 모습이 그려진 15회가 끝이었다. 해롱이의 후일담이 마지막회에서 그려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반전 엔딩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이규형은 바람직한 결말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에겐 해롱이의 결말이 충격적이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 바람직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전 해롱이가 출소하자마자 마약을 한다는 걸 드라마 초중반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유가 뭔지는 몰랐어요. 해롱이가 왜 그랬을지 혼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 나름대로는 ‘지원이가 떠난 게 힘들어서 그랬나보다’ 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나중에 대본을 보니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하더라고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하긴 그렇지 하고 생각했어요. 마약 행위를 미화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거든요. 마약이 쉽게 끊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바람직했다고 생각해요. 얘기를 들어보니 마약 사범은 초범이든, 상습범이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규형이 배우를 꿈꾸게 된 건 한 편의 영화 때문이었다. 자신도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중학교 때부터 했다. 연극배우로 활동한 것도 영화배우가 되려면 무대를 먼저 경험해야 된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중학교 때 진로를 일찍 정했어요. 영화 ‘쉬리’를 보고 나도 저런 작품에 출연하는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최민식, 한석규, 김윤진, 송강호 등 ‘쉬리’에 출연한 배우들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 분들이 전부 연극배우로 시작하신 분들이니까 어린 마음에 당연히 그래야 되는 줄 알았어요. 대학교 연극과에 가서 공부를 하고 대학로에서 연기하다가 영화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죠. 당시엔 다른 정보를 얻기도 힘들었거든요. 어느 순간 제가 그렇게 살고 있더라고요.”

이규형은 “드라마의 파급 효과를 실감한다”고 했다. 많은 언론 매체의 인터뷰 요청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연락이 끊긴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는 일도 늘었다.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선배들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있으면 대신 계산해주는 팬들도 생겼다. 이규형은 자신을 발탁해준 제작진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 각오를 다졌다.

“드라마의 파급력은 굉장한 것 같아요. 두 달 만에 작품 하나로 이렇게 바뀌는 것을 보고 ‘참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슬기로운 감빵생활’ 시즌2 계획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신원호 감독님이 부르면 어떤 시리즈든 좋아요. 역할 같은 거 따지지 말고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야죠. ‘비밀의 숲’ 제작진도 마찬가지고요. 저한테는 두 작품이 정말 뜻깊고 의미 있는 작품이거든요. 앞으로 시청자 분들, 관객 분들에게 ‘이규형이 나오면 믿고 볼 수 있지’ 하는 믿음을 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물론 제가 연기를 열심히 잘 해야겠죠.”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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