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서울시장 경선 이후 출마 준비
- 쇠퇴하는 서울… 文정부에도 도움 안 돼
- 현직 시장 ‘프리미엄’ 민주당 후보 경선서 깨져야
- 박원순표 부동산 정책, 정부와 엇박자
- 서울, 4차 산업혁명 선도기지 구축할 것… ‘준비된’ 후보 확신
“서울은 쇠퇴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말이다. 최근 박 의원은 연일 서울 시민들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영선아 시장가자’나 ‘서울을 걷다’ 프로젝트 등은 시민과의 ‘스킨십’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지지율도 상승세다. 현재 서울시장 지지율은 박원순 시장이 선두에, 그 뒤를 박 의원이 뒤쫓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본선보다 더 치열하리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그로서도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단 여당에서만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시장과 박 의원을 비롯, 우상호·민병두·전현희 의원 등이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야당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출마도 조심스레 관측된다. 물론 현재 기준에서 박영선 의원의 당면 과제는 당내 경선을 뚫는 것이다.
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박 의원을 만나 그간의 사정을 들었다. 왜 ‘박영선’이 서울시장이 돼야 하는지를 묻는 기자에게 그는 특유의 단호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가장 준비가 잘 되어 있는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박 시장에 대해선 ‘비판’과 ‘인정’의 두 가지 태도를 적절하게 구사했다. 미세먼지 대책과 부동산 정책 등은 비판을, 그러나 마을 공동체 사업 등에 대해선 칭찬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지만 저변에는 “박원순 시장하의 서울은 쇠락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배여 있었다.
▷기자=당내 경선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이길 자신이 있나.
▶박영선 의원=여론조사를 보면 박 시장의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 반면, 나는 19.9%까지 상승했다. 지지율 4%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올라왔다. 선거는 추세가 중요하다. 현장에서 만난 서울 시민들은 ‘새로운 서울’에 대한 갈망이 굉장히 컸다.
▷과거에도 당내 경선에서 박 시장과 경쟁을 한 바 있다.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있다고 해도 당시의 ‘박원순’과 현재의 ‘박원순’은 매우 다르다.
▶많이 다르다. 2011년에 난 사실상 박 시장을 도와주기 위해 출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때와 이번을 단순 비교할 순 없다. 당시 난 서울시장에 큰 뜻이 없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 개혁 등 당면 과제도 많았다. 준비도 부족했다. 그러나 그 이후 ‘미래 서울’에 대해 오랜 시간동안 구상과 준비를 했다. 반면, 박 시장은 현안에 매몰된 나머지 미래의 서울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다.
▷서울시장 출마선언은 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빨랐다. 우 의원 역시 경쟁 상대인데, 이길 자신 있나.
▶후보가 여럿 나오는 것은 각자의 결정에 따른 것 아니겠는가. 단지 내 길을 뚜벅뚜벅 갈 뿐이다. 다만, 현장에서 접한 서울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 내가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다.
▷박 의원만의 ‘킬러 콘텐츠’가 궁금하다.
▶세 가지다. 일단, 수소 전기차 등을 통한 미세먼지 해결하자는 ‘아이러브 파란서울’를 들 수 있겠다. 박 시장이 하루에 50억 원을 어떠한 성과도 없이 허공에 뿌린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다. 아이러브 파란서울은 이 점을 짚고자 내놓은 환경 공약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은 5G 시대의 도래로 이어진다. 5G 시대에서 자율주행차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율주행차는 곧 인공지능(AI)으로 귀결된다. AI 로봇 소피아를 한국에 초청한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서울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의지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당시 난 로봇 소피아에게 명예 시민권을 주자고 주장했었다. 마지막으로 ‘서울코인’을 도입하려 한다. 자원봉사의 열정은 에너지화 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 서울코인을 서울형 화폐로 활성화시키게 되면, 경제 활성화는 물론 공동체 의식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에 4차 산업혁명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대입하겠단 취지로 들리는데, 인공지능 부분은 좀 모호하게 들린다.
▶자율주행차는 ‘스마트 시티’ 플랫폼을 마련하지 않으면 도입이 불가능하다. 서울은 다가오는 시대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청년의 미래도 이러한 노력에 달렸다. 반면, 현재의 서울은 미래의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자율주행차를 위시한 4차 산업혁명을 서울에 효과적으로 도입코자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겠단 건가.
▶자율주행차로 대변되는 미래 시대의 대비가 필요하단 말이다. 기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세부 정책 공약은 향후 상세히 밝히겠다.
◇ 박원순 시장, 반타작은 넘었지만…
▷박 시장은 시민들의 바람에 부응한 시정 활동을 하고 있나. 어떻게 판단하는가.
▶그런 부분도,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어느 부분이 미흡하거나 문제인가.
▶‘서울로 7017’이나 강남 재개발을 순차적으로 진행치 않고 한꺼번에 허가를 내준 점이 그렇다. 여기에 미세먼지 대책으로 내놓은 ‘대중교통 무료 정책’도 대표적인 실책이라 하겠다.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각인시켰다는 점에 대해선 긍정정인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나는 이를 더 발전시킬 대안을 제시할 작정이다.
박 시장이 지금껏 해온 시정 활동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계속 서울을 이끌어 나가는 건 반대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서울이 쇠퇴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수도권 집중도가 강한 탓에 서울이 쇠퇴하게 되면, 한국 전체의 성장은 직격탄을 맞는다. 성장이 멎게 된다. ‘미래 서울’을 위해선 전환점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람과 에너지가 필요하단 말이다.
▷박 의원이 현재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당내 경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경선에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공정한 룰이 적용돼야 한다. 이른바 ‘현역 시장 프리미엄’이 너무 강하다. 어떤 룰이 적용될지가 관건이다.
▷당에 소위 ‘공정한 룰’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는가.
▶아직 의견을 낸 적은 없다.
▷앞서 박 시장의 경남도지사 출마 제안과 관련해 이른바 ‘친문’의 견제구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영선 의원은 본인이 ‘친문’으로 분류된다고 보는가.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 즉 경선 과정에서 ‘친문이 아니면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타 후보 중에 친문이라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는가. 지난 대선기간 동안 반짝 활약했다고 ‘친문’이 되는 건 아니다. 민정수석 시절부터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나와의 관계는) 항상 같았다. 서로 응원하고 어려울 때는 함께 의논했다. 사람들이 내게 ‘원조 친문’이라고 하더라.(웃음)
▷왜 서울시장이 되려고 하는가.
▶2011년 경선 이후부터 서울시장 준비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난 대학에서 도시지리학을 전공해 도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서울을 이대로 두어선 도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다. 도시란 생명체와 같다. 일단 쇠퇴하기 시작하면 급격히 ‘노화’하게 된다. 이렇게 쇠락해진 도시를 재건하려면 20~30여년의 세월이 소요된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서울의 쇠퇴는 문재인 정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타 후보들도 서울을 바꾸겠다고 말할 것이다. ‘박영선’이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난 가장 준비가 잘 되어 있는 후보다. 예컨대, 서울의 인구 구조는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대응책이 있었어야 했다. 제대로 준비했다면 작금의 부동산 가격 폭등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서울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부동산 정책에 있어) 박 시장과 문재인 정부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해 강남 집값 급등 현상이 초래됐다. 원인을 분석 및 제거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울의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서울시장은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된다. 최종 목표는 대권인가.
▶난 대선에 관심이 없다. 서울시장은 ‘살림’을 하는 자리다. 살림은 여성이 잘 한다. 파리, 동경, 로마, 워싱턴DC 등 전 세계에서 여성 시장이 강세다. 왜 여성시장이 두각을 나타낸다고 보나. 살림을 잘 해달라는 시민들의 요구 때문이다. 서울에도 첫 여성 시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선은 ‘살림살이’와는 다르다.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텐가.
▶우선 미세먼지를 해결하겠다. 그리고 서울의 미래를 준비하겠다.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낙후된다. 지금 서울시 예산을 보면, 전기차 부분에 2조원이 책정돼 있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전기차에서 수소차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만 봐도 서울이 얼마만큼 미래를 대비하는데 둔한지, ‘낡은 서울’인지를 알 수 있다. ‘미래 서울’을 위한 집중적인 투자가 시급하다. 그리고 낡은 서울의 인프라를 바꾸겠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폐기되어야 할 서울시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노코멘트 하겠다.(웃음)
▷‘영선아 시장가자’나 ‘서울을 걷다’ 프로젝트 현장에서 보면 시민들이 꽤 친밀하게 박 의원을 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대중은 박 의원이 국정감사 등에서 매섭게 질타하는 모습을 더 많이 기억할 터. 자질과 능력과는 별개로 ‘차갑다’는 이미지는 선거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
▶어느 한 부분이 부각되어 보도될 수밖에 없다. 날카롭게 질의하는 모습이 주로 보도되어 왔기 때문에 그런(차가운) 이미지가 형성된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날 만났던 사람들은 TV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라고 말한다. 따뜻하다고 한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도 그런 반응을 보이던가.
▶그렇다.
▷주로 어느 연령대에서 지지를 보내나.
▶고루 분포해 있다.
▷서울 시민들이 서로 다른 이념이나 철학을 가진 이들로 구성돼 있다. 속한 당의 ‘노선’과는 또 다른 ‘서울시장만의 노선’과 역할이 요구된다. 균형을 맞출 복안이 있는가.
▶‘소통’밖에 없다. 박원순 시장이 시민들과 소통을 잘하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소통을 안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주민들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목소릴 현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종로 주민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불만이 커보였다.
▷본인의 취약한 부분은 무엇인가.
▶가령, 현역 시장은 구청 등을 통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시장을 ‘서포트’하는 무언의 조직들 말이다. 반면, 나는 정치를 하면서도 특정 조직이나 계파에 속해 있던 적이 없다. 굳이 약점을 거론하자면 조직력이 약하다고 말할 수 있다. 내 지지층은 ‘샤이(Shy)’ 한 편이다. 샤이한 그룹이 적극성을 띄어주길 바라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반갑게 맞아주신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단한 지지가 관건일 텐데, 특별한 전략이 있는가.
▶시민들을 믿을 뿐이다. 그동안 내가 보인 의정활동은 ‘정의’, ‘신뢰’, ‘추진력’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실제로 전통시장을 다니다 보면 “이젠 서울시장 할 때가 됐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박원순 시장과 박영선 의원의 ‘결정적인’ 차이를 논한다면.
▶‘낡은 서울’과 ‘새로운 서울’. ‘3선 피로감’과 ‘신선한 미래’로 비교할 수 있겠다. 나는 ‘젊은 후보’다.
▷이상적인 모델로 생각하는 해외의 여성 정치인이 있는가.
▶특별한 모델을 두고 있진 않다. 다만, 살림살이를 잘 하는 여성 시장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내가 서울시장이 되려는 이유는 서민과 젊은이가 도심에 살 수 있는 정책을 펴기 위해서다. 또한 서울은 4차 산업혁명의 선도 기지가 돼야 한다. 난 ‘미래를 부르는 시장’이 될 것이다.
▷박원순 시장을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겠는가.
▶박 시장은 시각차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50점은 넘었다고 본다. 그러나 딱 몇 점 이렇게 점수를 매길 순 없다. 경쟁자 아닌가.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