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씨엔블루 정용화, 조규만에 이어 유명 아이돌이 경희대에서 편법 학위 수여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세 번째임에도 불구하고 경희대학교가 손을 놓은 모양새라는 것입니다.
지난 6일 SBS는 유명 아이돌 그룹 출신의 가수 A씨가 졸업논문 대신 기준에 미치지 못한 허술한 공연 영상으로 석사 학위를 수여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 6일 경희대학교 노천극장에서 공연한 이른바 '버스킹'영상을 제출,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실용음악 석사 학위를 받았죠.
실제로 해당 학과 석사 학위 수여 과정에서는 공연으로 졸업논문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실무와 연관한 실용음악인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인 학과의 특수성을 감안한 덕이죠. 그러나 아무렇게나 공연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석사 학위 수여 졸업공연 세부 규칙에 따르면 반드시 연주자와 함께 1시간 넘게 공연을 해야 하지만 A씨는 연주자 없이 홀로 30분을 공연했습니다. 더욱이 A씨가 공연한 경희대 평화노천극장은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A씨가 공연한 2017년 5월6일 노천극장엔 어떤 공연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더욱 커졌습니다. A씨가 세부 규칙에 걸림 없이 평가를 통과, 석사학위를 수여받았기 때문이죠.
문제는 학교 측의 태도입니다. A씨의 졸업공연을 심사했다는 교수는 SBS를 통해 "(내가) 심사위원장이었다고 최근에 들었다. 잘 기억이 안 나고 학과에 확인해봐야겠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파급력이 큰 유명 아이돌이며, 석사 학위 심사자가 1년에 몇 명이나 될까요. 해당 학과의 학사 입학생은 1년에 40여명입니다.
더욱이 경희대학교는 정용화·조규만의 부정 입학 관련 사건에서도 일체의 해명을 하지 않았죠. 정용화의 경우 2016년 경희대학교 응용대학원 박사과정 면접 기회가 두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 모두 불참했습니다. 그러나 정용화는 박사과정에 최종 합격했죠. 당시 담당 교수의 권유로 지원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경희대학교 측은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교수 권유까지 이루어졌고, 그 교수는 심지어 소속사 사무실까지 방문했으면서도요. 정용화는 집중 포화를 받았고, 경희대학교는 정용화의 유명세에 슬그머니 숨는 모양새였습니다.
조규만도 경희대학교에 특혜 입학을 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에서 이달 중 입국해 경찰 소환됩니다. 유명 아이돌 A씨는 세 번째인 셈이죠. 세 번이나 같은 사례가 있다면 이것은 당사자들의 도덕적 책임 이전에 학교 측의 ‘학위 장사’가 아닐까 의심하게 됩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유명 가수들의 경우 학교 측이 이름을 알리고 매년 학사 지원율을 높이려 일부러 진학을 권유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 것은 분명 가수들만의 책임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경희대학교는 이번에도 별다른 해명 없이 A씨의 유명세 그늘에 숨게 될까요.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