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GS, 57년 동업 금 가나(?)… GS칼텍스, 화학 힘 싣고 LG화학과 경쟁

LG·GS, 57년 동업 금 가나(?)… GS칼텍스, 화학 힘 싣고 LG화학과 경쟁

기사승인 2018-02-28 05:00:00

 

GS그룹의 GS칼텍스가 본격적으로 석유화학 분야 진출에 나섰다. 이로써 암묵적으로 유지됐던 범LG가(家)의 신사협정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화학’사업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LG그룹 화학업체인 LG화학입장에서는 시장 경쟁 심화가 수익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GS칼텍스는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 약 43만㎡부지에 약 2조원대의  금액을 투자해 2022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MFC시설; Mixed Feed Cracker)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올레핀 생산시설은 올해 중 설계 작업을 시작해 2019년 중 착공될 예정이다.

MFC는 납사 외에 LPG와 에탄 등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사실상 NCC로 분류되는 설비다. NCC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납사를 분해해 고부가 제품인 석유화학제품을 뽑아내는 설비다. 국내에서는 납사를 구하기 쉬워서 NCC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납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다른 원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GS칼텍스의 지난해말 기준 생산능력은 원유 정제능력 기준으로 79만배럴 수준이다. 석유화학제품 생산능력은 프로필렌 47만톤, 벤젠 93만톤, 자일렌 35만톤, 파라자일렌 135만톤 등이며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은 생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계획 중인 MFC설비가 완공될 경우 방향족 중심이었던 석유화학제품 포트폴리오가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등 올레핀 계열로 확대된다.

GS칼텍스의 MFC설비가 완공될 경우 연간 영업이익은 4000억원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단순 NCC 투자가 아니라 원료의 선택폭이 상대적으로 넓은 복합 설비 투자라는 점에서 유가 상승 등 원료 가격에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NCC 분야 1위가 LG화학이다. LG화학 매출에서 NCC사업은 약 70%를 차지한다. NCC는 명백히 화학업종의 주요 사업부문으로 GS칼텍스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 LG화학과의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다.

GS와 LG는 1947년 구인회 회장과 사돈인 허만정 회장이 공동창업한 락희화학공업을 모태로 하고 있다. 57년간 동업관계가 이어지다 지난 2004년 GS그룹이 설립되면서 둘로 나눠졌다. 구씨 일가는 전자·화학·상사 등을, 허씨는 유통·건설·정유를 위주의 사업을 맡고 동종업종 경쟁을 피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LG뿐 아니라 LS, LIG, 희성그룹 등 범LG가로 분류되는 기업도 마찬가지 기조를 보여왔다.

그 당시 두 그룹의 총수는 동업자 정신을 유지하는 취지에서 서로 주력사업을 침범하지 말자는 일종의 불가침협정을 구두로 합의했다.

실제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2005년 그룹 CI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LG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영역에 진출하지 않겠다"며 "100년 후에는 모르겠지만 순수하게 우리 세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하기도 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LG화학과 라이트 나프타 장기계약 공급 물량이 그대로 유지되고 생산 물량 대부분이 수출에 사용될 예정”이라며 “상세 타깃 제품군이 서로 다르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LG화학은 물론 국내 석유화학사와의 우호적 관계 훼손될 여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현재 국내 에틸렌 생산 1위 업체는 롯데케미칼로 에틸렌계열 제품 생산능력은 323만톤에 달한다. 이어 LG화학이 220만톤 등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사업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생기면 GS칼텍스가 LG화학의 수익성을 쫓아갈 것”이라며 “GS칼텍스가 MFC시설 설비를 해서 폴리에틸렌 공급이 늘어나서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은 목표는 결국 이익창출"이라며 "에틸렌 시황이 워낙 좋기 때문에 GS칼텍스의 경우 선제적인 투자해서 미래 먹거리 사업에 치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LG화학 관계자는 “지난달 박진수 부회장이 입장을 밝힌 것처럼 대한민국 1등이 중요한게 아니라 전 세계적 경쟁이 중요하다”며 “LG화학은 화학사업 말고도 신사업인 베터리사업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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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33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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