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이미 예상 가능한 재미… 영화 ‘궁합’

[쿡리뷰] 이미 예상 가능한 재미… 영화 ‘궁합’

이미 예상 가능한 재미… 영화 ‘궁합’

기사승인 2018-03-05 16:22:31

‘궁합’(감독 홍창표)은 영화보다 드라마에 가깝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화면을 비롯해 이야기 또한 스크린 보다 브라운관에서 자주 접했을 법한 내용이다.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등 몇 년 사이 유행한 퓨전 사극을 영화관으로 옮겨 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극심한 가뭄으로 흉년이 지속되던 조선시대. 왕(김상경)은 송화옹주(심은경)의 혼사만이 가뭄을 해소할 것이라는 예언에 따라 대대적인 부마 간택을 시작한다.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이승기)은 부마 후보들과 송화옹주의 궁합풀이를 맞게 된다.

사실 송화옹주는 앞서 한차례 혼담을 거절당한 바 있다. 팔자가 사납다고 소문났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이 일생의 목표인 송화옹주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남편 후보자를 직접 보기 위해 몰래 궁을 나선다. 이 과정에서 송화옹주가 사주단자를 훔친 궁녀라고 오해하게 된 서도윤은 사주단자를 되찾기 위해 옹주와 함께 하게 된다.

‘궁합’은 개봉 전부터 ‘관상’(감독 한재림)을 제작한 주피터필름의 역학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란 점이 화제였지만, ‘관상’과는 전혀 다른 영화다. 두 영화의 공통점을 꼽자면 사극이란 것과 역학을 다룬다는 것 외에는 없다.

‘궁합’은 순하고 가벼운 영화다. 송화옹주의 여정 속엔 악인도 있고 음모도 있지만, 관객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영화는 예측 가능한 범주에서 캐릭터와 서사를 운용한다. 러닝타임 내내 고민 없이 웃으며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촬영 당시 입대 전이었던 이승기를 비롯해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배우들이 연기하는 부마 후보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다. 각자 다른 캐릭터를 차례대로 만나는 송화옹주의 여정은 흡사 조선판 ‘프로듀스 101’을 보는 듯하다. 모험을 시작한 송화옹주 앞에는 야심찬 능력가 윤시경(연우진), 경국지색의 절세미남(강민혁), 효심 지극한 남치호(최우식)와 예상치 못한 ‘연하남’까지 다양한 남편 후보가 나타난다. 사연 있는 조연 서가윤 역으로 분한 샤이니 민호의 얼굴도 반갑다. 

말랑말랑한 질감으로 소소한 재미를 돋우는 중반을 지나, 본격적인 갈등이 전개되는 지점부터 서사의 전개가 투박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쉽다. 나름대로 충실하게 방송됐던 드라마가 마지막 편에 이르러 급하게 모든 ‘떡밥’을 회수하려 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앞서 이야기가 가볍게만 흐른 탓일까. 언론시사회 당시 영화 후반부의 사뭇 진지한 장면에서 관객의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예상할 수 있는 장면과 이야기를 원하는 관객에겐 즐거운 영화가 될 것이고, 그 이상의 것을 원하는 관객에겐 다소 지루하거나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 12세 관람가.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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