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구' 62년 경력 노배우 이순재가 노 개런티로 선택한 자신감

'덕구' 62년 경력 노배우 이순재가 노 개런티로 선택한 자신감

기사승인 2018-03-14 12:39:27

62년 경력의 노배우 이순재는 노 개런티로 ‘덕구’(감독 방수인)를 선택했다. 노배우들이 주연으로 설 자리가 부족한 안타까움일까, 좋은 시나리오에 대한 방증일까. 답은 두 가지 다다.

‘덕구’는 어린 손자들과 살고 있는 일흔 살 할아버지 덕구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할아버지가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질 두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찾아주기로 하고 홀로 먼 길을 떠나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14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덕구’ 제작보고회에서 이순재는 “보통 할아버지는 드라마에서 변두리 역이나 뒷방 늙은이로 표현되는데 이 영화는 90% 이상 감당해야 하는 작품이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노인들이 드라마나 영화 등의 콘텐츠에서도 주변인으로 표현되는 것과 달리, ‘덕구’는 노인이 주인공이었다는 것이다. 덧붙여 노 개런티로 출연한 데에 관해서는 “수입을 생각하면 연극도 할 수 없다”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때문에 돈 이상의 가치가 ‘덕구’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물론 ‘덕구’에 대한 자신감도 한몫했다. 이순재는 “요즘 영화들은 앞뒤가 안 맞는 작품도 많지만, ‘덕구’는 앞뒤가 잘 맞고 정서적으로도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해 덤볐다”고 말했다. 작품을 집필한 방수인 감독 또한 함께한 자리에서 “시나리오 집필을 하면서 덕구 할배 캐릭터를 그릴 때 단순한 노인이 아닌 까칠하면서도 세월을 한 몸에 풍파로 겪은 인물로 생각했었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이순재 선생님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었다. 그런데 이순재 선생님에게 시나리오를 드리니 선뜻 임해주셔서 감사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덕구’는 시나리오 완성에만 8년이 걸렸다고. 이준익 감독의 제자인 방수인 감독은 “(이준익 감독으로부터) ‘책상에 앉아서 쓴 시나리오가 아니다.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는 말을 듣고 기쁘고 감사했다”며 “전에는 좀 더 독특한 캐릭터와 자극적 사건이 많았지만, 처음 제가 ‘덕구’를 쓰며 원했던 주제와 목적이 멀어지고 있어서 힘을 빼고 많은 것을 내려놓으며 지금의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손자 역을 맡은 아역 정지훈의 연기도 볼거리로 꼽힌다. 방수인 감독은 “오디션 첫 날 정지훈을 봤는데 가장 눈에 띄는 아이였다”며 “또래 아이들은 암기해서 연기하기 급급한데, 지훈이는 캐릭터를 자신이 그려가며 표현해내는 아이”라고 자랑했다. 실제로 정지훈은 ‘신과함께-죄와 벌’, ‘장산범’ ‘미스 와이프’ ‘도깨비’ ‘또 오해영’ 등에 출연하며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아역배우다.

이순재 또한 “어떤 아역이 올까 걱정했다”고 밝히며 “아역이 연기를 너무 잘 하면 징그럽고, 천진한 맛도 없는데 이 친구(정지훈)는 정말 괜찮았다. 좋은 소질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며 칭찬했다. 정지훈은 ‘덕구’에 대해 “보실 때 울게 되실 것”이라며 “극장 오실 때 손수건을 준비해오라”고 당부해 웃음을 자아냈다. ‘덕구’는 다음달 5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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