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진기자의 톡톡 부동산] 급박하게 시행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이후…시장 혼란 '여전'

[이연진기자의 톡톡 부동산] 급박하게 시행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이후…시장 혼란 '여전'

기사승인 2018-03-20 05:00:00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은 어떤 내용으로 함께 할까요?

이연진 기자 >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지역 같은 경우는 재건축 물량이 많아 반발이 거센데요. 앞으로는 사실상 집이 무너질 수준이 아니면 재건축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내용 알아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은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관련 내용 살펴봅니다. 이연진 기자, 먼저 이 재건축 안전진단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부터 알려주세요.
 
이연진 기자 > 재건축 절차의 초기이자 재건축 시행 여부를 결정짓는 단계가 바로 이 안전진단인데요. 주민 10% 이상이 동의하면 지방자치단체에 안전진단을 요청하고, 지자체가 현지 조사에 나선 후 입찰을 통해 민간 안전진단 기관 선정해서 안전진단을 의뢰하면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재건축 여부를 판정하게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재건축을 원하는 단지가 안전진단을 받을 경우, 그 평가는 어떻게 하나요?

이연진 기자 > 등급으로 평가하는데요. 100점 만점에 55점인 A등급에서 C등급을 넘으면 재건축을 할 수 없고 유지 및 보수만 가능하고요. 30~55점이면 D등급으로 조건부 재건축, 30점 미만이면 E등급으로 재건축 판정을 받게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그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고요?

이연진 기자 > 네. 지난 20일 국토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앞으로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채운 아파트 단지가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인 D등급을 받은 경우, 건설기술연구원과 시설안전공단의 적정성 검토를 반드시 받아야 하도록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동안은 안전진단 평가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아도, 재건축 사업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었던 건가요?

이연진 기자 > 네. 사실 D등급을 받은 단지는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지을 필요는 없지만 그대로 방치하기도 애매한 상태인데요. 지방자치단체장이 재건축 시기를 조절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D등급 단지는 대부분 조정 없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2015년 이후 안전진단을 받은 아파트의 96%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고도 재건축을 진행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결국 조건부 재건축은 사실상 재건축 판정이었던 셈인데요. 거기서 기준을 강화해, 앞으로는 시설안전공단이나 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의 추가 검토를 받아야 하는 거죠. 그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 추가 검토 외에 또 달라지는 부분이 있나요?

이연진 기자 >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에서 구조 안전성 항목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집니다. 현재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는 구조 안전성 20%, 주거환경 40%, 시설 노후도 30%, 비용 분석 10%로 돼 있지만, 앞으로는 구조 안전성이 50%로 높아지고 주거환경은 15%로 낮아지며, 시설 노후도 항목도 25%로 축소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기준이 달라지면서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초기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당장 비상이 걸렸겠는데요? 이미 시장에서 상당한 논란이 되고 있다고요?

이연진 기자 > 그렇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 안전성 부문 가중치가 확 낮아졌는데 이를 다시 강화하기로 한 건, 집값을 잡기 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미 서울 자치구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요.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강남권은 다시 들썩이는 반면, 목동이 속해있는 양천구나 상계동이 포함된 노원구 등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지역구별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서울에서 재건축이 도래한 단지 중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아파트들이 많은가요?

이연진 기자 >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재건축 연한인 준공 후 30년이 지난 서울의 아파트 단지 중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곳은 10만 3822가구입니다. 그 가운데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22개 자치구 아파트는 총 8만6255가구인 83.1%인데요. 그 중 양천구가 2만4358가구로 1위를 차지했고, 노원구가 8761가구로 뒤를 잇고 있고요. 안전진단 강화 시행까지 시간이 얼마 없어 이들 단지에는 강화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래서 비강남권에서는 이번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대해 더 크게 반발하고 있는 거군요.

이연진 기자 > 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총 2만 6600여 가구 규모로, 14개 단지 중 5개 단지를 제외한 9곳이 재건축 연한을 넘겼는데요. 이번 발표로 재건축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건축 초기 단지에 대한 매수 문의는 뚝 끊겼고 호가를 낮춘 급매물까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목동 일대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은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와 관련해서 이미 대책 마련에 돌입한 상태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목동의 단지들처럼 안전기준 강화로 재건축이 막힌 비강남권 아파트 비중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지게 될까요?

이연진 기자 > 그렇습니다. 2019년에 준공 후 30년이 도래하는 아파트 3만5870가구 가운데 비강남구 아파트는 3만1569가구인 88.0%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게 지역구별로 차이가 난다는 점이 문제인 것 같아요. 비강남권인 양천구는 반발하며 대책 마련에 돌입했지만, 재건축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강남은 오히려 조용한 거잖아요.

이연진 기자 > 네. 강남권은 일찌감치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한 곳이 많아 여유로운 분위기입니다. 서초구는 안전진단 미진행 단지가 2235가구, 강남구는 7069가구로 상대적으로 적은데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만 봐도, 안전진단 기준이 도입된 2003년 이후 3차례나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다가 2010년 조건부로 통과됐습니다. 2006년 참여정부 시절 50%에 달했던 구조 안전성 비중이 2009년에 40%로 줄면서 안전진단 문턱이 낮아진 덕을 본 건데요. 그 덕에 지금 대치동은 분위기가 좋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안전진단을 이미 받아 재건축 기준 강화라는 규제를 비켜간 강남의 단지들은 직접적인 타격이 없으니, 이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겠네요.

이연진 기자 > 네.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미 기준을 통과한 강남권 재건축단지만 집값이 오르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는데요. 결국,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정작 정부가 재건축 열기를 잡으려던 강남3구보다는 나머지 자치구들이 피해를 입게 된 셈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벌써부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연진 기자, 이 안전기준 강화 정책은 언제부터 시행될 예정인가요?

이연진 기자 > 국토부는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2월 21일부터 입법, 행정예고 했고요. 새 기준이 시행되기 까지는 약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어,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은 3월 말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아직 첫 단계인 주민 동의서 징구조차 하지 않은 단지는 당연히 강화된 기준을 비켜가기 어렵고요. 속도를 내 당장 안전진단 신청을 하더라도 규제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주민 동의를 얻어 안전진단 신청을 하면, 그 후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나요?

이연진 기자 > 네. 안전진단을 신청하면 자치구에서 현장조사를 통해 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그 때 적어도 1주일의 시간이 소요되고요. 이후 안전진단 실시가 결정되면 진단 업체 입찰공고를 진행하게 되는데,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를 통해 공개입찰로 진행되기 때문에 업체를 선정해 계약까지 맺는 데까지도 약 45일이 소요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이미 피하기는 늦었네요. 너무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대책 발표라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겠는데요. 일부 단지별 상황에 따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연진 기자, 이번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정책은 별 문제없이 잘 진행될까요?

이연진 기자 > 여러 면에서 우려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외부 검증 작업을 수행할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시설안전공단의 평가 결과가 정비사업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지만, 이들 공공기관에 업무가 과도하게 몰릴 경우 인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고요. 제대로 된 평가 메뉴얼도 갖추고 있지 않아, 검증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아직 평가 매뉴얼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데, 시행을 코앞에 앞두고 있는 거군요.
 
이연진 기자 > 네. 구조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나 항목은 과거 예전 메뉴얼을 쓰고 있기도 하고요. 또 나머지 평가 항목 중 주거환경이나 비용 분석 등도 평가 기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검증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를 예고했습니다.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다 채워도 건물 구조상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재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는데요. 정부의 바람대로 재건축 열풍과 집값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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