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미 “정의당, 민주당 2중대?…보수야말로 ‘그 나물에 그 밥’”

[인터뷰] 이정미 “정의당, 민주당 2중대?…보수야말로 ‘그 나물에 그 밥’”

“안희정,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기사승인 2018-03-22 06:00:00

정의당-민주평화당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다. 양당 지도부는 20일 국회에서 회동을 하고 이달 내 공동교섭단체 구성 협상 작업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그러나 정의당 안팎에서는 민주평화당과의 연대를 두고 비판이 거세다. 당의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만년 군소정당’의 설움을 이 대표가 극복할 수 있을까. 이 대표의 역량이 주목된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민주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이 바뀐 지 약 1년이 흘렀다. 하지만 국회에서 입법개혁이 제대로 추진된 게 없다. 현재 자유한국당(한국당)은 국회 입법개혁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다. 사실 보수 야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굉장히 낮다. 그런데 그 정당의 의석수 때문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공동교섭단체는 입법개혁의 돌파구다. 정의당이 교섭단체에 들어가면 보수 야당을 견제하는 세력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당 안팎에서도 '교섭단체 문밖에서 비판만 하기보다 그 안에 들어가 입법개혁을 견인해야 하지 않나'라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의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갖게 된다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을 이끌어 정체된 국회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것이야말로 촛불민심에 가장 부합하는 것 아닌가.

-정의당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애초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의 정체성이 같았다면 따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에 공동교섭단체라는 전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양당의 비전이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두 당의 공통점을 찾아 실현해나가는 게 공동교섭단체다. 한 마디로 두 당이 정책동맹을 맺는 것이다. 

오는 4~5월에는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남북문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 또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두 당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외에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지체된 정치개혁 문제와 양당은 생각이 같다. 일치된 의견을 보이는 사안을 두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설득할 방침이다.  

당원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알고 있다. 그러나 결과물을 통해 보여드리겠다. 실제로 성과를 내면 주변의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또 이 과정에서 당 정체성을 더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 현재 정의당은 ‘만년 소수정당’ ‘옳은 말만 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앞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는 정당’으로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공동교섭단체를 ‘민주당 2중대 탄생’이라고 비난했다.  

‘2중대’는 유 대표 본인이 가장 조심해야 할 ‘프레임’이다. 국민은 바른미래당을 ‘한국당 2중대’라고 부른다. 당 정체성이 같다는 말이다. 그 동네(한국당과 바른미래당)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보수 쪽 의원들을 보면 오늘은 이 당이었는데, 내일은 저 당에 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 대표가 2중대 프레임을 우리에게 사용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그런 말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선거구 확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동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3’이라는 숫자가 중요하다. 양당 독식 구조는 지방 정치를 도태시킬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제3의 세력이 참여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현재 두 거대 정당이 선거구를 나눠 갖고 있다. 법률에도 기초의원 선거구제는 2~4인이라고 돼 있다. 정당들이 의회 안에 포진해 서로를 견제하라는 취지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는 어떠한가. 민주당과 한국당이 담합해 계속 기득권을 차지하려 한다. 한국당은 더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 대통령 정책을 끌고 나가야 할 임무를 맡고 있다. 손에 쥔 것을 하나도 놓으려 하지 않으면서 정치 개혁을 하겠다고 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이다. 집권 정당으로서 책임감을 더 느끼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놀랐다. 정말 기뻤다. 그런데 그 과정이 문제다. 일자리 정책 추진 과정에서 관련 부처에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가이드라인만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는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직종을 구분했다. 청소·경비·시설관리·조리·사무보조 등 5개 직종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간 갈등이 유발될 수밖에 없었다. 또 비슷한 가치를 지니는 직무를 모아 크게 ‘일반’과 ‘전문’ 두 단계의 등급을 매겼다. 당장 정규직이 되는 노동자가 있지만, 3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희망 고문'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취지는 좋다. 다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좀 더 치밀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모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설움을 풀 수 있기를 바란다. 

민간영역도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관련 법안을 정부와 여당이 좀 더 힘 있게 추진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공공기관의 청년고용률을 3%에서 5%로 확대하는 공공기관 청년고용할당제를 강력히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이러한 제도는 민간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정부가 처음에 보인 포부를 노동자들이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체감도가 낮다.

-그렇다면 정의당이 생각하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 방안은. 

우리 사회 불평등·양극화 문제가 청년 세대에서 집약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큰 틀에서 청년 실업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청년일자리대책은 단기적인 극약처방에 불과하다. 사실 우리나라 일자리의 90%를 중소기업에서 만든다. 그러나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안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그곳이 좋은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노동자들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여건이 안되는 ’구조적 어려움’을 갖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비전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대기업 이익을 중소기업과 나누는 ‘이익 공유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 불공정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필요하다. 

청년들이 사회에 진출하는데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어떤 청년들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부정청탁을 통해 좋은 일자리에 취업한다. 혹은 부모로부터 건물을 상속받아 굳이 취업할 필요가 없는 청년들도 있다. 이와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청년 4명 중 1명이 월급이 200만원도 채 안 되는 비정규직에 취업한다. 당장 돈이 급해서다. 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 청년 대다수가 다시 비정규직으로 취업한다. 그래서 정의당은 ‘청년사회상속제’라는 법안을 제안했다. 재벌들이 상속세로 일 년에 5조4000억원을 납부한다고 한다. 청년사회상속제는 이를 나눠서 20대 청년들에게 1000만원 상당의 기초자산을 형성해 주는 것이다. 청년들은 이 돈으로 기본적인 월세·보증금을 해결하고 취업 공부를 열심히 해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표다.

-대한민국 대표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다. 옷깃에 하얀 장미를 꽂았는데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간단하다. ‘터질 게 터졌다’는 생각이다. 내가 알기로 국회에서도 지난 5년 동안 28건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단 1건만 제대로 처리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사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권력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고 본다. 의원실 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해도 보좌관들은 이에 맞서기 힘들다. 자신의 밥줄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와 관련해서는 그의 두 가지 말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는 “괘념치 말거라”다. 두 번째는 “피해자보다 내 아내가 더 힘들지 않겠나”다. 이 두 개 발언만으로 충분하다. 그분의 이야기는 더 얘기하고 싶지 않다. 

또 성추문 문제가 진보진영에서만 일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수진영에서는 별의별 일들이 다 있었다. 국민이 보수정당을 ‘원래 저런 당’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것뿐이다. 한국당도 다른 당을 향해 손가락질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유철, 정진용 기자 tladbcjf@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심유철, 정진용, 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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