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 광산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현지의 한 어린아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제가 말을 걸었습니다.
“아줌마 딴 나라에서는 이 돌(다이아몬드 원석)을 어디에 써요?”
“반지로 만들어서 신부에게 끼워준단다. 결혼 약속의 증표란다.”
그러자 일순간 아이의 눈이 커졌습니다. “이 돌은 피를 품고 있어요. 저주의 돌멩이에요. 이 돌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죽었대요. 그래서 우리 부족에서는 절대로 가까이 하면 안 된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결혼 약속이라니….”
아이의 말에서 저는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떠올렸습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란, 전쟁 지역에서 생산된 다이아몬드가 무기 구입 등 전쟁 비용으로 악용되는 것을 말합니다.
시에라리온 경제의 기반은 다이아몬드입니다. 그리고 이 저주받은 돌은 곧 피를 불러왔습니다. 포타이 산코의 혁명연합전선은 현지 주민들을 동원, 가혹한 노동착취를 통해 다이아몬드를 채굴했고, 이를 무기를 사는데 썼습니다. 그렇게 시에라리온은 십여 년 동안 내전에 휩싸였습니다.
시에라리온뿐만이 아닙니다. 앙골라,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 콩고, 짐바브웨 등에서도 피의 다이아몬드는 넘실거렸습니다. 이렇게 아프리카인들이 피를 흘릴 동안 서방 세계는 이를 묵인하고 내전을 야기했습니다. 서구의 기업들은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싸게 사들여 전 세계로 유통시키며 막대한 부를 챙겼습니다. 아프리카인들은 피와 다이아몬드 모두를 빼앗겼습니다. 이러한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규모는 연평균 1000만 달러가 넘습니다.
2002년 3월 유엔이 승인한 킴벌리 프로세스, 즉 전쟁 범죄와 연관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를 인증하자는 대안도 제시됐습니다만, 다이아몬드의 유통을 어떻게 감시하느냐는 질문의 답은 여전히 요원합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결혼반지에도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을지 모릅니다.
글·구성·디자인·이미지=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