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성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파킨슨병은 전 세계에서 치매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대표적인 신경계 퇴행성 뇌질환이다. 퇴행성 질환 치고 평균 55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고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더 심해진다.
‘단순 노화’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은 특이하지 않다. 그러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치매 발병과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파킨슨병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4월 11일, 세계 파킨슨병의 날을 맞아 이찬녕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나 파킨슨병에 대해 들어봤다.
◇ 치매 환자 80% 파킨슨병 동반, ‘파킨슨병 치매’란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이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에 초기에는 떨림, 몸동작이 느려지는 서동증, 사지 관절이 뻣뻣해지는 경직, 보행장애 등 운동장애가 나타난다. 일상 생활에서 큰 불편함이 없다면 치료의 필요성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파킨슨병은 도파민이 부족해서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도파민 부족으로 오는 비(非)운동계장애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테면 후각 능력이 떨어진다던가 수면장애, 변비, 우울증, 인지 기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치매와도 연관이 있다. 이찬녕 교수에 따르면 많은 파킨슨병 환자가 치매를 동반하고 있으며, 70~80%는 치매를 경험하고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파킨슨병이 있다고 짧게 사는 것은 아니다. 평균 수명은 살지만 그동안 삶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파킨슨병 치매라는 진단명이 아예 있을 정도로 파킨슨병과 치매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치매 환자의 15~20%는 파킨슨병과 관련돼있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 치매는 파킨슨병과 치매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루이소체 치매’와 비슷하다. 파킨슨병이 운동장애부터 시작한다면 파킨슨병 치매는 운동장애 발병 후 1년 이상 지났을 때 치매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 교수는 “파킨슨병은 조기에 치료할 시 한 두알의 약물로도 정상인과 같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며 “나중엔 파킨슨병 관련 약물만 4~5알을 4~5차례 나눠먹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 약물과 식습관, 유산소 운동 등으로 치료… 소외 받는 파킨슨증후군
그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약물치료로 떨림증, 서동증, 경직 등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지만 완치는 어렵다. 식습관과 운동치료도 병행된다.
이찬녕 교수는 “농약이나 알루미늄 등에 많이 노출되면 파킨슨병에 더 잘 걸린다는 말도 있고, 약 흡수를 어렵게 하는 식습관도 있다”며 “또 한 스웨덴 연구에서는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파킨슨병 발병률이 3~4배 정도 차이가 난다. 운동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유산소 운동과 요가가 좋다. 유산소 운동의 대부분은 빨리, 그리고 반복되는 특징이 있는데 그 부분에 자극을 준다는 의미에서 좋다. 경직으로 인해 근육통증이 올 때 보통 침이나 약으로 해결하는데, 요가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파킨슨병은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혜택이 많다.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들어가 있어 본인부담금은 5% 정도로 진료비가 높지 않다”며 “그러나 파킨슨증후군이라고 해서 여생이 짧고 약도 잘 안 들어 고통스럽지만 아무 혜택이 없어 높은 진료비를 내야 하는 질환들이 있다. 파킨슨병보다 환자는 적지만 파킨슨병 만큼이라도 그런 분들에 대해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파킨슨증후군에는 진행성 핵상마비, 다계통 위축증, 피질 기저하 변성과 같은 질환이 속해 있다. 파킨슨병 증상을 포함해 안면장애, 눈 움직임 장애 등 더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 교수는 “지금 대부분의 정책이 치매에 맞춰져 있다. 물론 치매 환자가 더 많고, 그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맞다”라며 “그러나 파킨슨병을 포함해 소외받고 있는 질환들이 있다. 어르신들이 생기는 다른 퇴행성 장애에도 관심을 갖길 바란다. 노인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정부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