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워진 방심위 심의… 홈쇼핑 '몸사리기'

까다로워진 방심위 심의… 홈쇼핑 '몸사리기'

주요 홈쇼핑사, 자체 심의기준 높이는 등 내부정화 노력 기울여

기사승인 2018-04-10 05:00:00


주요 홈쇼핑사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심사 기준과 처벌이 점차 엄격해지고 있다. 징계상 최고 수준의 과징금 징계가 늘어나고 있어 받으면 벌점이 부과돼 5년마다 실시되는 재승인 심사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홈쇼핑 업체들은 자체 심의 기준을 높이는 등 높아진 심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내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의 규정을 준수하고 과장·과대 표현을 삼가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 2일 방심위는 광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김치냉장고를 출고가 그대로 판매하면서 몇백만원이 저렴한 것처럼 방송한 현대홈쇼핑, GS샵, NS홈쇼핑에 대해 방송법상 최고수준의 제재인 과징금을 결정했다.

방송에서 세 쇼핑몰은 삼성 김치플러스 시리즈(M9500) 중 가장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출고가(339만원) 그대로 판매하면서 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고가 모델(599만원)의 가격과 비교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방심위는 제품가격과 사양 등에 대해 알고 있는 해당 가전업체 직원을 출연시켜 몇백만원 싸게 구매할 수 있도록 강조한 것은 방송매체로서의 공적 책임을 저버린 행위로 판단했다. 

지난달 14일 과징금을 건의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이 과징금을 최종 결정하고, 추후 전체회의에서 위반행위의 내용이나 정도, 기간 횟수 등을 고려해 과징금액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방심위는 "TV홈쇼핑이 방송이라는 공적 매체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만큼, 관행으로 굳어진 기만적 판매행위를 하루 빨리 근절함으로써 시청자의 신뢰를되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9일에도 백화점이 임의로 발행한 영수증을 내세워 시청자를 우롱한 TV홈쇼핑에 과징금이 확정됐다.  GS샵, CJ오쇼핑, 롯데홈쇼핑은 쿠쿠 밥솥 판매방송을 진행하면서 백화점이 임의로 발행한 영수증을 보여주며 백화점에서 60만원에 살 수 있는 제품을 최대 22만원까지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GS샵과 롯데홈쇼핑은 특별한 근거 없이 해당 제품의 판매실적이 높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방심위는 이같은 행위를 소비자를 속인 '명백한 기만행위'로 봤다. 홈쇼핑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관행'이라고 주장하나, 판매실적 높이기에만 급급해 시청자를 속였으며 명확한 근거 없이 판매실적이 우수하다며 소비를 부치기는 행위 역시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또 롯데홈쇼핑의 '위니아 딤채' 제품 방송에 대해서는 홈쇼핑 전용모델인 방송 판매제품과 시중 판매제품이 용량(551L)만 동일할 뿐 제품의 외관, 사양, 성능 등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명 없이 가격을 단순 비교해 마치 몇백만원이 저렴한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

방심위는 상품판매방송사가 허위, 과장 등의 내용으로 과징금이나 법정 제재를 받을 경우 결정사항 전문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거나, 해당제품을 판매한 소비자에게 우편 등을 통해 통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9월 14일부터 시작되는 만큼 자율규제를 통한 공공성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봤다. 

방심위의 과징금 부과는 2012년 7월 이후 6년만에 나온 것으로 방송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원칙이 현 정부 들어 더 강화된 결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방심위가 최근 들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홈쇼핑업계는 방심위 과징금이 큰 규모는 아니지만 벌점 요인이 되는지라 재승인 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체 심의 기준을 더 강화하는 추세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1일 이완신 대표이사를 비롯해 박명희 롯데홈쇼핑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롯데홈쇼핑 임직원 등 관계자 300명과 함께 방송심의 자율준수 선포식을 개최했다. 높아진 방송 심의 기준과 고객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인식하고, 개선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롯데홈쇼핑은 상품 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과 법규를 준수하고, 품격 있고 바른 언어를 사용하며, 과대·과장 표현 및 객관성을 왜곡할 수 있는 정보 근절을 위해 노력할 것을 선언했다. 

앞으로 롯데홈쇼핑은 방송심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방송심의 교육 및 자체 점검 등 예방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GS샵도 방송 심의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표현을 철저히 점검하며 방송에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GS샵은 '공정방송센터'를 신설해 방송 전반에 대한 감독권 및 징계요구권 등을 부여했으며, 기능성상품심의TF를 만들어 고객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건강기능식품, 기능성화장품 등의 관련 상품을 중점 심의하기로 했다. 

또 상품 이력 관리시스템을 개발해 과거 판매가격과 구성, 프로모션을 자동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하고, 텍스트 분석 기술을 도입해 자막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방송 중간에도 즉시 정정 방송을 실시하게 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방송 심의 기준이 높아지고 고객들의 홈쇼핑에 대한 높아진 요구에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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