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재건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조합원들의 부담금 납부 능력입니다.”
최근 한 부동산 전문가는 노후 아파트 재건축 공급 정책을 보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정부는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비 사업을 통해 공급 활성화를 추진 중입니다.
정부는 지난 8월 재건축‧재개발 특례법을 통해 향후 6년간 17만6000호를 착공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수많은 절차를 거치며 약 10년이 소요되는 재건축 절차를 간소화해 공급을 활성화하겠단 것입니다. 실제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는 1기 신도시 역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등 규제 완화 법안을 마련해 재건축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규제 완화에도 재건축 속도는 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재건축초과 환수제’입니다. 재초환이라 불리는 이 법은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8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환수하는 제도입니다.
이 법은 2006년 소규모재건축사업에서 발생되는 초과이익을 환수하여 주택 가격 안정, 사회적 형평성을 위해 도입됐습니다. 주택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2013~2017년 한시적 유예 후 2018년 1월부터 시행된 제도입니다. 다만 재초환은 시행 후에도 재건축 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폐지를 추진했으나 야당 반대로 인해 부담금을 부과하는 초과이익 기준을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리고 부과 구간은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으로 협의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3월27일 시행됐습니다. 이후 지자체가 조합에 부담금을 통보하는 등 지난 8월 환수 절차가 본격화되며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재건축 단지의 경우 평균 부담금이 1억원이 넘는 등 조합원의 부담이 높은 상황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재건축 부담금 부과 예상 단지는 총 68곳입니다. 이 중 수도권 아파트는 47곳, 지방 단지는 21곳입니다.
서울의 경우 총 31개 단지에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될 예정인데 1인당 평균 부과예상액은 1억6677만원입니다. 이 중 A단지는 4억5000만원, B단지는 4억2000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재차 재초환 폐지 의사를 밝힌 시점에 지자체가 부담금 통지를 시작하며 재건축 현장에서는 혼선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부 조합은 부담금이 과다하다며 부담금 산정에 필요한 서류 제출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자체를 상대로 법원에 부담금 부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인 단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기 신도시 등 현장에서는 부담금 납부 부담으로 인해 재건축을 기피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재초환 폐지 법안을 발의했으나 야당 반대로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폐지 의사를 밝힌 만큼 빠른 후속 제도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전문가도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재초환 폐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이 속도 나지 않는 이유는 돈”이라며 “만약 부담금이 4억원일 경우 통장에만 넣어놔도 이자가 수백만원이다. 그런데 이미 거주 중인 집에 수억원을 대출 받고 살라고 하니 부담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재건축 억제를 위해 만들어 둔 재초환, 다주택자 규제 완화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