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노선영 왕따 논란, 갑론을박 떠나 살펴야 할 것들

[옐로카드] 노선영 왕따 논란, 갑론을박 떠나 살펴야 할 것들

노선영 왕따 논란, 갑론을박 떠나 살펴야 할 것들

기사승인 2018-04-10 00:04:00

‘노선영 왕따 논란’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의해 재점화됐다. 여전히 여러 의견이 적잖게 대립하고 있지만 한 점으로 수렴하는 공통분모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대대적인 개혁론에 직면했다는 사실이다.

7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겨울왕국의 그늘-논란의 빙산연맹’을 주제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논란이 된 여자 팀추월 경기의 속사정을 다뤘다. 방송에 출연한 노선영은 그간 공개석상에서 말을 아꼈던 이유를 해명하는 동시에 빙상연맹의 공정하지 못한 선수 선발 체계를 고스란히 폭로했다.

앞서 노선영은 빙상연맹의 행정착오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뻔했다가 러시아측에서 선수 등록을 포기하면서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돌아간 곳에서 노선영은 설 자리가 없었다고 한다. 노선영은 “나는 이미 찍혀있는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한 뒤 “다시 들어간 그 첫 날, 나는 투명 인간이었다. 선수들도 내가 말하기 전에 말 걸지 않았다. 지도자들이 선동하는 느낌이었다. 다른 선수들 앞에서 ‘쟤는 나중에 분명 후회할 거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선영은 올림픽 팀 추월에서 논란이 된 장면에 대해서 “거리가 벌어져서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어렵게 나간 올림픽에서 그런 경기를 해서 화가 났다”면서도 “그래도 팀 경기인데 (김보름이 인터뷰로) 그렇게 말하니깐 ‘나만 몰랐던 작전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노선영의 발언은 팀 추월 경기 후 코칭스태프가 “합의를 마친 작전”이라고 말한 것과 대비된다. 방송이 나간 뒤에도 온라인상 진실공방은 손바닥 뒤집듯 다양한 의견으로 점철되고 있다. 그러나 하나로 수렴하는 공통된 목소리는 빙상연맹에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복수의 제보자들은 빙상연맹 논란의 배후로 지목된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겸 한체대 교수가 ‘절대적인 지위’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승훈의 금메달은 기획된 것”이라며 전 부회장에 의한 ‘이승훈 몰아주기’의 실체를 고발했다. 매스스타트 출신 제보자는 “매스스타트에서 내가 1등이고 이승훈이 3등이었지만 전 부회장은 이승훈의 4관왕을 위해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전 부회장이 병을 앓고 있던 노선영의 동생 노진규에게 무리한 훈련을 요구했다가 병을 키운 사실도 드러났다. 노진규는 쇼트트랙 선수로 훈련을 받다가 2016년 4월 골육종(뼈에 발생하는 원발성 악성 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학병원 조직검사에서 거대세포종 진단을 받았으나 전 부회장은 “거대세포종은 양성종양이고 암일 확률은 200만분의 1이다”라며 계속 훈련할 것을 종용했다. 노진규는 진통제를 먹어가며 훈련에 임하다가 거대세포종 깊숙한 곳에 골육종이 자랐고, 이후 종양을 모두 긁어내는 대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다가 끝내 숨을 거뒀다.

방송 후 분노한 네티즌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전 부회장의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청원은 170건을 훌쩍 넘었다. 그 중에는 이승훈의 국가대표 자격 철회 청원도 있다. 이승훈은 얼마 전 행사장에서 “차기 동계올림픽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이승훈부터 노진규 사례까지, 전명규 빙상연맹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했다.

동계올림픽 시즌만 되면 빙상연맹은 여지없이 ‘파벌’이란 두 글자가 새겨진 도마 위에 오른다. 이승훈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꼭 이승훈이어야만 했을까란 질문을 안 할 수 없다. 이승훈보다 더 스케이트를 잘 타는 아무개 선수가 있었지만 끝내 그는 발탁되지 않았다. 전 부회장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이 곧 ‘대표팀’이었기 때문이다. 이승훈은 어쨌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공정하지 못했다. 스포츠에서는 결과만으로 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공평한 경쟁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것은 더 이상 스포츠라 부를 수 없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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