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국제업무단지 B2블록 경관심의 반려는 송도국제도시개발(NSIC)와 포스코건설 주주간 분쟁으로 생긴 일이라는 인천경제청의 입장에 대해 무책임한 행정에 따른 책임회피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1일 법조계와 인천경제청 등에 따르면, 인천경제청 주장의 핵심은 경자법 9조의 7 규정에 따라 B2블록 토지가 실시계획상 시설매각으로 구분돼 있기 때문에 제3자에게 토지매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자법 제9조의 7은 2009년 7월 31일 신설된 조항이다. 국제업무단지는 앞선 2005년 11월 11일 실시계획 승인이 이뤄졌기 때문에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또 실시계획의 토지처분계획상 시설매각은 도시개발법에서 말하는 원형지 매각(토지처분계획상 토지매각)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원형지는 부지만 존재하고 주변의 접근도로나 상하수도, 전력시설 등이 전혀 없는 조성 이전 상태의 토지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로와 상하수도·전력이 이미 구비된 B2블록을 처분하는 것은 토지매각이 아닌 시설매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이렇게 보지 않는다면 토지처분계획상 B2블록과 마찬가지로 시설매각으로 처분방법을 정한 A1블록이 2011년쯤 나대지 상태로 다른 민간사업자에게 매각돼 개발된 사례를 설명할 수 없다.
A1블록 이외에도 실시계획상 시설매각으로 지정됐지만 실제론 토지가 매각돼 개발사업이 완료된 곳은 더 있다. 바로 D6·9·10 엑스포아파트와 F1 송도사옥이다. 이 곳은 NSIC가 토지를 매각해 다른 민간사업자가 개발사업을 완료했다. 이 곳은 현재도 개발계획이 시설매각으로 돼 있다. 이 곳 이외에 F16 포스코대우사원아파트와 B4 센트로드, D24 센트럴파크 푸르지오도 마찬가지다.
인천경제청의 주장대로라면 이곳은 모두 불법이고 심지어 인천경제청은 이를 묵인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은 이들 부지는 사후승인 형태로 NSIC가 개발계획 변경을 요청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같은 사안이지만 B2블록은 NSIC가 반대하고 있어 건축허가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실시계획상 시설매각 부지의 경우라도 NSIC가 토지매각 이후 개발사업을 완료하고 사후승인을 신청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고 NSIC가 반대하면 불법이라는 논리가 된다.
이는 법률적인 근거가 아닌 NSIC의 동의 여부에 따라 개발사업의 진행 유무가 결정된다는 것으로 인천경제청이 허가관청인지 NSIC가 허가관청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설령 B2블록의 처분이 실시계획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되더라도 이에 대한 페널티는 채무를 제때 상환하지 못해 위반사태를 초래한 NSIC가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개발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사유에 해당) 실시계획의 구속력을 받지 않는 제3자인 양수인이 부담할 사항이 아니라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두 번째로 인천경제청은 지난 10여년 동안 B2블록을 포함한 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의 지연으로 대출금이 대위변제되고 공매절차에 들어가는 동안 적절한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NSIC는 2002년 B2블록을 포함한 패키지4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가 2008년 리파이낸싱을 할 때 금융사의 요구로 토지담보와 함께 포스코건설이 보증을 서고 토지담보 대출 형태로 리파이낸싱을 받았다.
당시 인천시와 인천경제청도 이 같은 토지를 담보로 한 리파이낸싱에 동의를 했다.
인천경제청은 이 당시 NSIC와 약정을 맺어 B2블록 등 해당 토지를 대출에 이용할 수는 있어도 매각할 수 없다는 비공개 약정을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와 포스코건설은 이 같은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 만약 금융사와 포스코건설이 담보로 제공된 토지의 처분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금융사와 포스코건설은 대출 및 보증에 대한 내부 심의진행이 불가능해 대출 자체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 금융업계의 중론이다.
인천경제청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고 리파이낸싱 당시 이런 사실을 금융사와 포스코건설에 알리지 않았다면 이는 NSIC와 공모해 금융사와 포스코건설을 기망한 심각한 위법행위로 볼 수 있다.
또 현재 토지담보로 대출을 진행한 PKG 5,6의 금융사는 당장 대출을 전액 회수하려 들것이고, 향후 어떤 금융사도 NSIC사업에 대해 대출이 불가함에 따라 송도사업 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매우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B2블록 개발사업은 리파이낸싱 이후 무려 10년 가까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담보대출 상환기간이 다가와 포스코건설은 대위변제를 했다.
이후 포스코건설이 원금 회수를 위해 공매 절차에 나서자 인천경제청은 그제서야 토지 매각을 반대하는 의견을 NSIC와 포스코건설에 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인천경제청의 주장 가운데 민간사업자에게 사전 연락했다는 부분도 사실관계가 불분명하다.
인천경제청은 해당 부지가 넥스플랜㈜에 낙찰됐을 때(정식계약을 체결하기 전 낙찰자에게) 인천경제청은 “그 부지는 제3자에게 매각될 수 없고 건축허가가 날 수 없는 부지이므로 ‘계약’을 체결하지 말 것”을 고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넥스플랜측 입장은 전혀 다르다. 넥스플랜 관계자는 “토지계약 낙찰은 지난해 11월 20일 받았고, 계약은 같은 달 23일 체결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 전화는 12월 첫째주쯤 왔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인허가상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간단한 내용만을 들었다”고 말했다.
넥스플랜측 관계자는 “해당 토지가 매각될 수 없다는 말과 건축허가가 날 수 없다는 점, 계약 체결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인천경제청은 토지담보 대출 전 과정과 공매 절차가 끝날 때까지 사업시행자인 NSIC와 포스코건설, 금융사, 토지 매수인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천경제청은 NSIC에 중대한 귀책사유가 여러 번 있었지만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또는 대체사업자 지정 등 적절한 행정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경제청은 일관성 없고 무책임한 행정으로 허송세월하다 문제가 불거지자 민간사업자를 볼모로 책임 떠넘기기에 나섰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인천=이현준 기자 chungsongh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