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기적’에 도전한 유벤투스가 고군분투 했지만 끝내 상위라운드 진출에 닿진 못했다.
유벤투스는 12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진행된 레알 마드리드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에서 3-1로 이겼다. 하지만 1차전 0-3 패배를 뒤집진 못해 4강행이 좌절됐다.
유벤투스에겐 사연이 많은 대결이다. 유벤투스는 유럽대항전에서 레알만 만나면 패했다. 지난 UCL 결승에서 레알에 1-4로 패했고 이번 8강 1차전에서도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1차전 종료 후 UEFA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홈에서 0-3으로 진 팀이 2차전에서 이를 뒤집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UEFA는 총 49번의 사례를 들며 유벤투스의 산술적 4강 가능성을 0%로 봤다.
제로의 가능성에도 유벤투스는 최정예 멤버를 선발로 내보냈다. 만주키치, 이과인, 더글라스 코스타, 케디라 등 시즌 베스트 멤버가 모두 이름을 올렸다. 골문 앞은 살아있는 전설 잔루이지 부폰이 채웠다. 레알 마드리드는 라이벌팀 바르셀로나가 기적의 희생양이 된 것을 본 듯 호날두, 베일, 크로스, 카세미루, 모드리치, 마르셀루 등 주전 멤버를 대거 내세웠다. 세르히오 라모스는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다.
유벤투스의 시작이 심상찮았다. 경기시작 3분 만에 빠른 빌드업으로 선제골을 만들었다. 만주키치가 강력한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연출한 AS 로마는 전반 6분만에 에딘 제코가 골을 넣었었다. 그보다 3분 빠른 기록이다.
확실히 경기는 레알이 주도했다. 레알의 좌우를 넘나드는 파상공세에 유벤투스가 육탄방어를 펼쳤다. 잔루이지 부폰의 몸을 날리는 선방이 여러 차례 나왔다. 골대도 유벤투스에 웃어줬다.
레알은 라모스의 공백을 절감하는 경기였다. 전반 37분 유벤투스가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리히슈타이너의 정확한 크로스를 만주키치가 강력한 헤더로 연결했다. 골키퍼 나바스가 몸을 날렸지만 워낙에 빠른 슈팅이었다.
레알이 생각보다 심하게 흔들렸다. 골키퍼 나바스가 결국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우측에서 올라온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투이디가 골문 안에 공을 집어 넣었다. 그간 영입설에 흔들렸던 나바스 개인에겐 안타까운 순간이다.
이대로 정규시간이 끝나면 연장전에 돌입하는 상황이다. 3골을 몰아친 유벤투스가 아무래도 기세 면에서 앞서 보였다. 그런데 후반 추가시간 레알 마드리드에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호날두의 헤딩 패스를 받은 바스케스가 수비에 밀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 이 과정에서 부폰이 강력하게 항의하다가 퇴장까지 당했다.
페널티킥을 막기 위해 슈체스니가 교체해 들어왔다. 키커는 UCL 10경기 연속골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던 호날두가 맡았다. 베르나베우는 일순 조용해졌다. 호날두의 두 어깨에 모든 게 걸려 있었다. 역시 스타는 스타였다. 호날두는 우측 상단에 꽂히는 강력한 슈팅을 때렸다. 슈체스니가 정확히 방향을 잡았지만 막을 수 없는 공이었다.
곧바로 종료휘슬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1-3 패배지만 베르나베우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경기 후 부폰은 “심판은 마지막 판정으로 킬러인 동시에 짐승이 됐다”면서 강하게 질타했다. 부폰의 분노는 곧 유벤투스의 분노와 같다. 유벤투스는 또다시 마드리드에 막혀 유럽대항전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사진=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