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따라 교체되는 CEO…포스코‧KT 수난사는 ‘현재진행형’

정권 따라 교체되는 CEO…포스코‧KT 수난사는 ‘현재진행형’

기사승인 2018-04-19 05:00:00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사임하면서 함께 사퇴 압박을 받아온 황창규 KT 회장의 거취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와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최고경영자)가 교체되어 온 곳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약 20시간의 경찰 조사를 받은 황 회장은 지난 18일 오전 귀가했다. KT 현직 CEO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것은 2002년 KT가 민영화된 이후 처음이다. 앞서 경찰은 2014년~2017년 KT 전‧현직 임원들이 국회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정황을 포착, 이와 관련해 수사해왔다.

경찰에 따르면 임원들은 법인 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다시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기업은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전달할 수 없다.
경찰은 KT 임원들이 불법 정치 자금을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에 황 회장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황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경찰 소환을 기점으로 황 회장 퇴진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점쳤다.

황 회장 퇴진설은 상품권깡 사건이 도마에 오르기 전인 2016년부터 불거졌다. 황 회장이 박근혜 정권 때 인사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는 수난을 겪었다. 이용경, 남중수 전 사장과 이석채 전 회장 모두 정권이 교체될 때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이 전 회장은 검찰 소환을, 남 전 사장은 검찰 구속을 앞둔 상황이었다.

황 회장 거취와 관련해 KT 내부에서는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황 회장 사퇴가 일부 부서에서 가십거리로 다뤄질 만큼 직원들의 동요도 적은 편이다. 정권 교체에 따라 CEO가 바뀌어온 과거의 경험들에 따라 ‘이제는 놀랄 것도 없다’는 반응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CEO 수난사는 KT에 한정되지 않는다. 포스코는 25년 째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1968년 설립 당시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부터 권 회장까지 총 8명의 회장이 거쳐 갔지만, 8명 모두 정권과의 불화 등의 이유로 임기 중간에 그만뒀다

박 초대 회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선된 직후 1992년 정부는 포스코에 대한 초강도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단행했다. 결국 박 회장은 1992년 말 퇴진을 선언했다. 이후 포스코는 민영화 됐지만 유상부 회장, 이구택 전 회장 모두 선임 혹은 퇴진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설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권오준 회장의 전임 정준양 전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은 박근혜 정부 시절 서울 포스코센터, 포항 본사, 광양제철소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세무조사가 착수됐다.

특히 권 회장은 지난해 3월에 연임에 성공, 임기가 2020년 3월까지였다. 실적도 좋아 정권 압박 외에 권 회장이 사임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매번 정권이 교체 될때마다 기업의 수장이 바뀐다는 것은 중장기적인 사업전략을 구상해도 결국 정권이 바뀌면 실현이 불가능한 계획이 된다"면서 "엄연히 기업과 정치는 엄연히 분리가 돼야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수 있다"고 말했다.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남가언 기자 gana911@kukinews.com

이훈,이승희,남가언 기자
ho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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