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이 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산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긍정적 해결을 전망하는 정부와 달리, 이산가족 관련 단체들은 “낙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방안만큼이나 주목을 받는 것이 이산가족 상봉 성사여부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24일 “양국이 남북 교류 협력에 대해 많은 말을 나눌 것”이라며 “경제 협력은 여건이 조성돼야 할 수 있지만, 현재 단계에서 가능한 교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산가족 관련 단체들은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섣부른 논의를 경계했다. 이날 윤헌주 전 함경북도 중앙도민회장은 “이산가족 문제는 우리만 생각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북한은 변수가 많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지 않다”고 예상했다. 과거에도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어떻게 할지 두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같은 날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심구섭 남북이산가족협의회 대표는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우리나라가 너무 들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심 대표는 “상봉을 기다리는 이들도 아직 반신반의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비핵화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인 만큼, 이산가족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심 대표는 “현재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다”면서 “핵 문제가 잘 해결돼야 이산가족 상봉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뒤이어 북·미 정상회담도 진행된다”면서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문제의) 키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이슈는 국제적 문제로 직결되는 만큼 해결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산가족 관련 단체도 상봉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심 대표는 “하루에 이산가족 3명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며 “생존했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단편적인 만남보다는 생사여부 확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상봉도 좋지만 살아있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이산가족들은) 화상 전화 등 정기적으로 연락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직접적인 연락이 어렵다면 서신왕래라도 바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005년 최초로 이산가족 화상 상봉이 이뤄졌다. 당시 정부는 서울·부산·대구 등 주요 도시에 화상 상봉실을 설치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화상 상봉을 끝으로, 10년 넘도록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실제로 상봉한 인원은 1만2940명이다. 이산가족 등록자의 10%도 되지 않는다. ‘이산가족 상봉이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 어렵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2015년 10월 북한 금강산에서 진행됐다. 이후 2년이 넘도록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