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위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에 15만 달러(한화 1억6210만원)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코언의 경제적 관계, KAI 사업과의 업무 관련성 등에 따라 국제상거래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 국내 법조계의 관측이다.
18일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KAI가 마이클 코언 변호사의 페이퍼 컴퍼니인 ‘이센셜 컨설턴트(Essential Consultants, LLC)’에 15만불을 송금했다. 이 내용은 아베나티 변호사가 공개한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아베나티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 뒤 코헨으로부터 ‘입막음 비용’을 받은 포르노 배우 스토미 다니엘스를 대리하고 있다.
또 지난해 코언과 KAI 사이에서 통역을 담당한 캘리포니아 주 출신의 마크 고는 워싱턴포스트(WP)에 이메일을 보내 몇 주 전 KAI가 코언에게 보낸 15만 달러(약 1억6200만원)에 대해 FBI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고씨는 KAI 계약 협상에 있어 자신의 역할은 미미했다고 말했지만, 사업에 어떻게 관여하게 되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WP는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 대통령과 코언, KAI간의 돈거래 조사를 시작한 상황이다.
KAI는 미국의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과 공동으로 미국 공군의 노후화된 훈련기를 새 훈련기로 교체하는, 이른바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초기 물량 350대로 사업규모만 17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KAI가 자체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개량한 T-50A가 후보 기종이다. 경쟁사로는 보잉-사브 컨소시엄이며, N-381 이 그 경쟁대상이다.
APT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로비자금으로 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KAI측은 코언의 회사에 돈을 지불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법률 자문을 받기 위한 적법한 계약이었다”고 말하면서도 어떤 컨설팅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국제상거래 뇌물방지법 문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로펌의 한 변호사는 “트럼프의 개인변호사지만, 11년간 일해 온 두 사람이 경제적으로 동일시 할 수 있다든지, APT사업에 대한 수주와 관련하여 돈을 지급하였는지 등 업무관련성이 밝혀진다면 국제거래에 있어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제3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법학 교수도 “수사를 통해 돈의 목적이 뇌물에 해당하면 트럼프의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지만 뇌물죄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며 “KAI가 자문사항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노후 훈련기 교체 사업자 선정을 지난 해 말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올 해 초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후 미 국방부는 각 참여업체에 수정제안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