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 시리즈의 후속작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의 케이퍼 무비 팬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뚜껑이 열린 ‘오션스 8’(감독 게리 로스). 이번에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여자다. 남자들만 멋지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영화는 ‘오션스’ 시리즈를 이끌어 온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의 동생 데비 오션(산드라 블록)이 감옥에서 출소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데비 오션은 사랑하던 애인의 배신으로 5년간 감옥에서 갇히게 되고, 가석방되자마자 예전의 동료 루(케이트 블란쳇)를 찾아가 새로운 작전을 꾸민다. 약 5년 8개월 동안 감옥에서 시뮬레이션해본 작전은 바로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갈라를 배경으로 유명한 보석 ‘투생’을 훔치는 것.
뉴욕은 현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가장 큰 행사인 갈라를 앞두고 있디. 그 갈라에서 유명 배우 다프네 크루거(앤 해서웨이)에게 카르티에의 보석 투생을 걸게 하고, 목걸이를 훔치는것. 자연스레 작전에는 다양한 인원이 필요하다. 디자이너인 로즈(헬레나 본햄 카터), 보석 감정사 아미타(민디 캘링), 과거에는 장물아비였으나 지금은 주부로 살고 있는 태미(사라 폴슨), 손재주가 끝내주는 야바위꾼 콘스탄스(아콰피나), 해커인 나인 볼(리한나)까지. 돈이 필요한 여자들이 모여 한데 뭉친다.
영화는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돈이 필요한 범죄자들이 큰 보석을 훔치고, 그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투생을 카르티에의 보석 창고에서 꺼내기 위해 로즈가 활약하고, 꺼낸 다음 행사에 헛점을 만들기 위해 태미가 갈라의 스태프로 참여하며 아미타는 갈라의 케이터링 업체 직원이 되는 식이다. 그러나 그 모든 캐릭터들이 여태까지 남자들의 역할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오션스 8’의 생동감은 꽤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대담하면서도 디테일한 범죄를 계획하는 데비의 범죄 동기가 실은 극히 개인적인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격분하는 루의 모습도 그러하다. 대의(비록 그것이 돈일지라도)를 위해 움직이는 척 했던 동료에게 사적인 감정 끼우지 말라고 경고하면서도, 결국은 우정 때문에 친구에게 협조하는 역할은 ‘브로맨스’라는 이름 하에 관객들이 익히 봐왔던 모습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여성에게 주어졌다는 낯설음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새롭지 않아도 괜찮다. 엔딩이 걸그룹 뮤직비디오에 불과하다 해도, 다양한 여자들이 나와 각자의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 자체가 재미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