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5일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5인은 2019년 최저임금을 1만790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동결안(7530원)을 제시했다. 그동안 노사는 큰 격차를 보이는 초안에서 수정안을 조금씩 내밀며 간극을 좁혀 왔다. 이번 역시 수차례 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의 취임에 힘입어 지난해 최저임금 협상은 사실상 노동계가 승리를 거뒀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는 지난 1월 이후 각종 악화된 고용지표와 일각에서 제기되는 속도조절론으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로서는 방어논리를 내세우기 좋은 조건이 형성된 셈이다.
노동계는 정부 공약 이행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삭감 영향을 내세우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의 1만원 수준 제시는 이날 회의 초반부터 예견됐다. 근로자위원인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1만원은 국민적 요구를 실현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지난 2015년 최저임금 협상(2016년 최저임금 적용)부터 지속적으로 1만원을 초안으로 제시해왔다. 일단 높은 액수를 제시해 인상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전략인 것이다.
경영계는 지난 2010년부터 7년 동안 최초제시안으로 동결 입장을 표명했다. 최대한 보수적인 태도로 인상률을 억제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한 자릿수 인상률로 방어하는데 성공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정부의 최저임금 공약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난번 협상에서는 이례적으로 2.4% 인상률을 초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을 달성하려면 2019년 최저임금도 올해와 비슷한 15~16%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그러나 경영계는 이번만큼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이번 동결안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시기상으로는 경영계에 유리한 시점이다. 지난 5월 취업자 수 증가(7만명)가 8년4개월만에 최저치를 찍은 것은 물론 임시·일용직·도소매·숙박음식점이 급감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심각하다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정부 안에서도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영계인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실업률, 취업자 증가수 등 고용지표와 저임금 근로자보다 더 어려운 한계상황까지 간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들을 깊이 고민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노총의 복귀가 이번 협상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최저임금위에 불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의 복귀가 이뤄진다면 노동계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성경 위원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다음주부터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