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쉬소서 " 고 노회찬 의원의 마지막 발걸음

"편히 쉬소서 " 고 노회찬 의원의 마지막 발걸음

기사승인 2018-07-26 22:18:09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영정이 26일 지역구인 경남 창원시 성산구를 찾았다. 영결식을 하루 앞두고 노 의원이 생전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장소에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정의당은 영정을 들고 노 의원의 창원 성산구 반림동 자택과 자주 찾았던 집 앞 반송시장, 상남동 노동회관, 지역구 사무실, 정의당 경남도당 등을 방문했다. 자택 방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영정은 노 의원의 손때가 묻은 집 안 곳곳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찾은 반송시장에선 노제(路祭)가 치러졌다. 노제는 거리에서 지내는 제사다. 제사상에는 사과와 수박 등 몇 개의 과일과 튀김이 소박하게 올랐고 중앙에 영정이 놓였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약 5m 폭의 좁은 도로에 70여명의 상인과 시민들이 몰렸다. 일이 바쁜 상인들은 멀리서 고개를 내밀고 노제를 지켜봤다. 한 시민이 아이구, 이 사람아 세상이 아무리 험악해도 그렇지라고 한탄했다. 몇몇 시민들은 눈물을 훔쳤다.

상인들은 노 의원을 소탈한 모습으로 기억했다. 상인 강모(67)씨는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더 자주 봤다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편안한 모습으로 시장에 왔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했다.

영정은 경남도청 앞 성동조선 단식농성장도 찾았다. 노 의원은 지난 14일 이곳을 직접 방문해 조합원들에게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강기선 금속노조 성동조선 지회장은 노 의원은 농성장을 방문한 뒤 지난 17일 국회에서 성동조선 관련 마지막 기자회견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이제 무거운 짐은 산 자인 우리가 안고 갈테니 편히 쉬길 바란다고 했다.

 

영정은 노동회관, 지역구 사무실, 정의당 경남도당을 거쳐 이날 오후 7시쯤 추모제가 열린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한서병원 인근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도착했다. 분향소 오른쪽에 무대가 놓였고 시민들 500여명이 앉거나 선 채로 정면의 무대를 바라봤다.

노 의원 지인들은 생전 고인이 좋아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했고 김유철, 오인태 시인의 추모시 낭독,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위원장, 김영만 6.15경남본부 상임대표 등의 조사(弔詞)가 이어졌다. 영정 속 편안한 노 의원의 모습과 달리 조사가 이어지자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이 늘어갔다.

해가 졌지만 한낮의 열기는 계속돼 이날 오후 8시까지 기온은 31도를 가리켰다. 무더위 속에도 시민들은 추모제 내내 자리를 지켰다. 김순희 정의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은 비보가 전해지기도 전인 지난 23일 사무실에 전화가 잇달아 울리기 시작했고 분향소가 어디냐는 시민들의 질문이 이어졌다어찌보면 시민들이 분향소를 만들고 지켜준 것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까지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4500명 가량이다.

정의당은 이날 자정 영정을 들고 고인이 안치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한다. 영결식은 27일 오전 10시 국회장으로 치러진다.  창원 성산구의 시민분향소는 오는 27일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창원=정치섭 기자 c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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