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플라스틱 사각지대’에 놓였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편의점에 적용되는 정책은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정부는 ‘일회용품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카페, 패스트푸드점, 제과점 등의 일회용컵 사용이 규제된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 사용 적발 시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편의점은 예외다. 현행법상 ‘휴게음식점’으로 영업 신고 된 곳은 머그컵 등 다회용컵 구비가 의무화돼 일회용컵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편의점은 ‘소매업’으로 등록돼 단속할 수 없다.
실제로 30일 서울 강남역 일대의 편의점을 돌아본 결과, 플라스틱 얼음컵을 사용하는 손님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편의점 커피 가격은 1000원대 초반으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보다 3분의 1 가량 저렴해 인기가 많다. 지난해 편의점 3사의 원두커피 매출은 1600억원 수준으로 지난 2015년보다 4배 이상 늘었다. 편의점 커피 이용객이 늘어난 만큼 일회용컵 사용 빈도도 증가한 것이다.
편의점 일회용컵 사용에 대한 지적이 일자 관련 업계에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재활용하기 쉽도록 로고나 바코드를 없앤 투명한 무지형태의 일회용컵을 제공할 방침이다. 한 프랜차이즈 편의점 관계자는 “텀블러 등 개인 용기를 가지고 오는 손님에게 아메리카노 할인을 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서울 강남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실제로 편의점에 텀블러 등을 가지고 오는 손님이 거의 없고, 그 자체를 모르기도 한다”며 “본사에서도 따로 내려온 지침이 업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편의점에서 커피를 구입한 김모씨는 “얼음컵에 로고를 뺀다고 해서 재활용이 될 지 의문”이라며 “종이컵 등 다른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일회용컵 사용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 점주는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편의점에도 휴게음식점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머그컵 사용으로 인해 일회용컵 사용을 원하는 고객과 마찰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머그컵 도난 및 파손, 설거지로 인한 인력 부족도 고민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2)씨는 “환경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카페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일회용컵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규제해야 공평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편의점에서 1년 이상 아르바이트를 한 이모씨는 “편의점에서는 커피뿐만 아니라 치킨, 햄버거 등 조리식품이 많다”며 “(편의점도) 일반음식점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카페에서도 테이크아웃하는 음료에 대해서는 일회용컵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편의점만 따로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구체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관련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