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캠핑 중 실종된 30대 여성 최모(38)씨의 소지품이 해안가 도로 볼라드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 경찰이 범죄 피해 가능성과 실족 가능성 두 가지를 모두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지난 31일 아시아경제는 제주동부경찰서를 인용, "실종된 여성의 휴대전화가 해안가 도로 볼라드 위에서 발견됐으며 이 휴대전화에서 다른 사람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최씨는 실종 당일인 지난 25일 오후 7시30분쯤 가족과 인근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부부는 술을 반 병씩 나눠 마셨으며 캠핑카에 돌아와 술을 더 마셨다. 이후 최씨는 음주 상태로 오후 11시쯤 캠핑카로부터 500m 떨어진 해안도로에 위치한 한 편의점을 찾아 김밥과 소주, 커피, 종이컵 한 줄 등을 샀다.
편의점 폐쇄회로(CCTV)에 찍힌 최씨는 간편한 민소매 티와 반바지 등을 차려입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등의 소지품을 들고 있던 최씨는 편의점을 나온 이후 행적이 끊겼다. 최씨의 가족은 그를 찾다가 다음날인 26일 오후 3시20분쯤 경찰에 실종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수색하던 경찰은 같은 날 오후 4시31분에 캠핑카로 가는 길에 있는 해안가 도로 볼라드 위에서 최씨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발견했다는 신고를 접했다. 신고자는 26일 오전 2시30분쯤 입항하던 모 어선 선장으로, 입항 중 해당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 휴대전화에서 다른 사람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최씨가 물건을 사고 볼라드 위에 앉아 잠시 쉬다가 캠핑카로 향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의 옷차림이 주머니가 없는 간편복인 만큼 소지품을 볼라드 위에 올려놓고 그대로 이동했을 수 있다는 것. 이밖에도 실종 당일인 26일 오전 환경미화원이 방파제 위에서 최씨가 편의점에서 산 물품 목록과 일치하는 물건을 치웠다고 진술했다. 진술에 따르면 최씨가 구입한 종이컵 10개 중 1개의 종이컵만 사라지고 나머지 9개는 그대로 발견됐으며, 소주병은 거의 비워져 있었다. 경찰은 "소지품에서 다른 사람의 흔적이나 정황은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종합해 추정해 보면 최씨는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 후, 인근 해안가 도로 위에 잠시 앉아 있다가 가족이 있는 캠핑카로 이동 중 혼자 술을 마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경찰은 최씨의 실종 이유에 관해 음주 중 실족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카드와 휴대전화가 물 밖에서 발견된 점, 최씨의 슬리퍼 한 쪽이 캠핑카로 가는 화장실 부근 육지에서 발견됐으나 나머지 한 쪽은 2.7㎞떨어진 세화항 내에서 발견된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범죄 피해 가능성도 있다.
현재 경찰은 최씨의 행방을 찾지 못해 가족 동의를 얻은 후 지난 29일 오후부터 공개수사로 전환, 수배 전단을 만들어 배포해 수사 중이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