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한효주 “김지운 감독님이니까 한 번 믿고 맡겨보자 생각했죠”

[쿠키인터뷰] 한효주 “김지운 감독님이니까 한 번 믿고 맡겨보자 생각했죠”

한효주 “김지운 감독님이니까 한 번 믿고 맡겨보자 생각했죠”

기사승인 2018-08-02 00:01:00


영화 ‘감시자들’을 시작으로 ‘뷰티 인사이드’, ‘해어화’, MBC 드라마 ‘W’, 영화 ‘골든 슬럼버’까지. 배우 한효주의 최근 출연작 중 평범한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매번 새로움에 이끌려 나름대로의 도전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 출연을 받아들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을 실사화 한다는 도전적인 작업, 그리고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맡는 매력적인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최근 서울 팔판길 한 카페에서 만난 한효주는 ‘인랑’을 감상한 소감부터 이야기했다. 촬영한 순간들만으로는 전체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는데 시사회에서 직접 영화를 보니까 신기했다. 원작을 재현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원작자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영화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길었던 촬영 기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어요. 촬영 세트 스케일이 어마어마했거든요. 찍으면서도 어떻게 만들어질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 결과물을 직접 확인하니까 신기하더라고요. 특히 지하 수로 장면들은 원작 애니메이션처럼 재현이 잘 된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요. 원작자께서도 이 정도면 좋아하시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어요. 다행히 실제로도 좋아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한효주는 인터뷰에 오기 전에 ‘인랑’ 촬영 당시의 일기를 찾아봤다고 했다.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찍었는지 궁금해서다. 일기장에는 ‘새로운 얼굴을 보이고 싶다’는 내용이 가장 많았다. 김지운 감독이라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자신의 낯선 얼굴을 꺼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다.

“김지운 감독님도 저의 새로운 얼굴을 꺼내고 싶은 욕심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감독님만의 방식으로 저를 계속 자극시키셨죠. 한 번 더 찍자고 하실 때도 있었고, 은유적인 표현으로 다른 상상을 하게 만들기도 했고요. ‘인랑’을 찍는 동안 제 의견을 내기보다 감독님을 믿고 따랐던 편이에요. ‘감독님의 생각이 뭘까’, ‘내게 어떤 옷을 입히려는 걸까’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죠. 김지운 감독님이니까 한 번 믿고 맡겨보자는 생각으로 저를 지우고 이윤희 역할에 임했던 것 같아요.”

한효주는 매번 새로운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연기했다. 이번엔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는지 고민하는 것이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정작 인간 한효주는 어떤 캐릭터인지 고민하는 건 어색했다. 한효주는 지금을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기”라고 했다.


“운 좋게도 작품을 쉬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어요. 다음 캐릭터를 고민하는 시간이 제겐 곧 쉬는 시간이었죠. 지금은 다음 작품을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 주어지니까 조금 당황스럽더라고요. 다른 캐릭터의 옷을 입으려고만 했지, 제가 스스로의 옷을 입을 줄은 모르는 거예요. 한효주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같은 근본적인 고민부터 하게 됐어요. 캐릭터 옷을 입는 건 편한데, 스스로의 옷을 입는 건 불편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일단은 나부터 채워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내 옷을 스스로 멋지게 입을 때 다른 옷도 잘 입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한효주는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을 멈출 생각이 없다. 사극부터 스릴러, SF까지 수많은 장르를 경험했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장르가 많다. 특히 최근엔 사회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도 관심이 생겼다.

“아직 안 해본 장르가 많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휴머니즘이나 멜로예요. 하지만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은 건 스릴러나 액션, 공포 같은 장르성이 강한 영화죠. 기회가 되면 사회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에도 출연해보고 싶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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