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송범근과 황현수는 정말 B급인가

[옐로카드] 송범근과 황현수는 정말 B급인가

기사승인 2018-08-25 04:00:00

한국이 난적 이란을 꺾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8강에서 ‘아시아 챔피언’ 우즈베키스탄을 만나고, 4강에선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항서의 베트남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김학범 감독의 이번 대회 ‘승리 공식’은 매우 복잡하다. 90분 동안 격렬한 운동을 해야 하는 축구의 특성상 2~3일 간격으로 시합을 치러야하는 이번 대회에서 ‘베스트 일레븐’을 짤 수 없다. 김 감독은 대회 전 인터뷰에서 “소집된 20명이 모두 경기를 뛰도록 로테이션을 돌리겠다”라고 공언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같은 멤버로 연달아 경기를 치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말레이시아와의 2차전에선 바레인전 대비 6명이 바뀌었다. 키르기스스탄과의 3차전에선 무려 8명이 교체됐다. 이란과의 16강전에서도 키르기스스탄전 선발 선수 중 3명이 빠졌다.

한국은 8월 15일부터 23일까지 8일 동안 무려 4경기를 치렀다. 이틀에 한 경기를 치른 꼴이다. 로테이션상 한 선수가 2경기에 출전했다고 해도 4일에 한 경기를 치른 셈이 된다. 당연히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고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90분 경기에 온전히 체력이 맞춰져있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기에 이 같은 일정 속에서 온전히 컨디션 관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이란과의 16강전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다. 황의조-손흥민-이승우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공격형 미드필더 황인범과 조합되며 좋은 시너지를 냈다. 이 가운데 이란의 발 빠른 공격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수비력도 안정을 찾았다.

이날 한국은 포백을 들고 나왔다. 핵심 수비수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가운데 중앙 수비로 황현수와 조유민이 투입됐다. 고르지 못한 잔디 상태가 간혹 불안한 장면을 연출했지만 두 사람은 모든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런데 후반 11분 악재가 찾아왔다. 골키퍼 조현우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된 것. 그러나 대신 투입된 송범근이 남은 시간 안정적으로 골문을 지키며 한국은 무사히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란전 무실점은 출전 선수 모두의 공이다. 성공적인 수비를 위해선 그라운드에 나선 모든 선수가 협력 플레이를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전방에서 공격수가 더 많은 압박을 가할수록 상대 공격은 조급해진다. 아울러 공격수가 아래로 내려와 경합을 하면 그만큼 상대의 드리블 각이 좁아지고, 수비가 커버해야 할 공간도 줄어든다. 이날 이란은 발 빠른 역습 플레이를 펼쳤지만 한국의 유기적인 협력 수비에 좀처럼 좋은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이날 승리는 찰떡같은 공수 밸런스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러나 팬들의 머릿속 황현수-송범근은 여전히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 가 있다. 둘은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호흡 실수를 범해 도마 위에 올라 난도질당했다. 전반 4분 멀찍이 넘어온 볼을 송범근이 뛰어올라 잡는 과정에서 달려 들어오던 황현수와 충돌했다. 옆에 있던 라시드가 볼을 가볍게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추가시간 실점도 송범근, 황현수가 유독 눈에 띄었다. 라시드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뒤 반 박자 빠른 슛으로 연결한 것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황현수가 뒷공간을 허용했고, 송범근이 타이밍을 놓쳤다.

실점 장면에서 드러나는 실수는 그 어느 순간보다 부각돼 팬들의 질타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실수를 예상하고 선발 라인업을 짤 순 없는 노릇이다. 분명한 건 황현수와 송범근은 현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손색이 없는 자원이다. 황현수와 송범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소속팀에서 얼마나 자주 기용 되느냐로 확인할 수 있다.

1995년생 황현수는 2014년 FC 서울에 입단했다. 2017년부터는 주전 수비수로 기용돼 26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누빈 가운데 총 3골을 넣으며 ‘골 넣는 수비수’로 이름을 알렸다. 올해도 아시안게임 차출 전까지 14경기에 출전하며 성인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황현수의 실전 감각을 높이 사 이번 대회 3경기에서 좌측 수비수로 기용했다.

1997년생 송범근은 지난해 U-20 월드컵에서 신태용호에 승선하며 이름을 알렸다. 올해 전북 현대에 입단한 뒤 곧바로 주전 골키퍼로 기용된 뒤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19경기에서 허용한 실점은 9골에 불과하다. 

프로무대에서 젊은 선수가 주전으로 뛰는 데에는 틀림없이 이유가 있다. 코칭스태프는 훈련 과정에서 선수들의 기량이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선발 라인업을 구성하기 마련이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은 4일의 달콤한 휴식 뒤 치러진다. 우즈벡전에서 황현수는 김민재와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조현우의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을 경우 남은 유일한 골키퍼 자원인 송범근이 경기에 나선다. 둘은 현 대표팀에서 A급이다. 주전으로 뛰 자격이 충분하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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