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여의도·용산 통합개발을 전면 보류했다. 여의도·용산 개발을 시작으로 서울 전지역 집값이 상승했기 때문에 개발을 잠정 보류해 시장 안정화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업계·학계 전문가들은 한번 오른 서울 지역 땅값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집값거품, 땅값거품 제거를 위한 근본대책을 제시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서울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여의도·용산 개발을 전면 중단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는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은 엄중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여의도·용산 개발을 시작으로 서울시 주택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인 것을 의식한 행동으로 보인다.
실제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을 시작으로 서울 집값 상승은 전지역으로 확산됐다. 2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박 시장이 지난달 10일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 전과 후 영등포구와 용산구의 집값 변동률을 비교한 결과 두 배 이상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0일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발표 이전 한 달(6월18일~7월9일)간의 영등포구와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각각 0.69%, 0.52% 수준이었다. 그러나 발언 이후 한 달(7월9일~8월6일)간 상승률은 영등포구가 1.18%, 용산이 1.15%로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뒨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최근 박 시장의 강북개발 발언은 서울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0일 대비 17일 기준 강북구의 아파트 매매변동률은 0.19%였다. 그러나 19일 박 시장의 강북 우선 개발 발언 이후(17일 대비 24일 기준) 변동률은 0.36%로 강북 지역도 두 배 가까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의식한 박 시장은 지난 26일 여의도·용산 개발을 전면 보류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업계·학계 전문가들은 한번 오른 서울 지역 땅값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국토부도 27일 서울과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국지적 과열현상을 보임에 따라 부동산 추가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권대중 교수(명지대 부동산학과)는 “오르고 있는 집값에는 가격의 하방경직성이 적용돼 이미 한 번 올라간 가격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며 “27일 발표한 정부의 추가대책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효력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이번 대책이)호가 중심의 급등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집값 안정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이미 과거 용산 개발이 실패한 것을 목격했다”며 “그럼에도 몇 년 내 여의도·용산 개발에 대한 언급이 다시 나오는 것을 보고 언젠간 분명 개발이 이뤄질 거라는 기대심리가 생겨 여의도·용산 일대 집값은 쉽게 안정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현재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쪽은 투기세력이 아니라 무주택자, 청년세대 등 일반 서민들이 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집값안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최승섭 부동산감시팀장)은 “아파트 한 평이 1억원을 웃도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무주택 서민들은 물론 청년세대, 상가세입자 등 평범한 시민들은 고통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집값거품, 땅값거품 제거를 위한 근본대책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27일 국지적 불안이 발생하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의 유동자금의 과도한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을 이같이 신규 지정했다. 또 저렴한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수도권 내 공공택지를 추가적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