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연어캔’ 제품으로 실패를 맛봤던 업체들은 생 훈제연어와 연어스테이크 등 이른바 ‘3세대 가정간편식’으로 시장 재정립에 나섰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어캔 시장이 본격적으로 태동된 것은 2013년이다. 당시 CJ제일제당이 처음 연어캔 제품을 출시한 이후 사조해표와 동원F&B도 연이어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주력 3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연어캔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실제로 2013년 78억원 규모였던 시장 규모는 2014년 329억원, 2015년 421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성장세는 이어지지 못했다. 기존 참치캔과의 차별화 실패와 특유의 비린내, 높은 가격으로 인해 재구매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라면, 김치찌개 등에 주로 사용됐던 참치캔과는 달리 연어캔은 특유의 비린내로 한식에 녹아들지 못했다. 가격 역시 동량의 참치캔 대비 3배 이상 비쌌다.
이후 2016년 315억원으로 주춤했던 연어캔 시장은 지난해 179억원으로 정점 대비 57.4% 감소했다. 여전히 CJ제일제당이 7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동원F&B와 사조해표가 시장을 등분하고 있지만, 파이 자체가 줄어드는 형국이다. 실제로 연어캔 시장 1위 CJ제일제당의 올해 추석선물세트에서 연어세트는 총 28종으로, 2015년 48종 대비 줄어들었다.
반면 ‘연어’ 자체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1997년 2000톤 수준이었던 연어 국내 수입량은 지난해 3만272톤으로 약 1400% 이상 성장했다.
전체 수입 수산물 중 연어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2012년 전체의 2.5%였던 비중은 지난해 5.6%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공식품을 제외한 연어 판매량이 참치 판매량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연어’와 ‘연어캔’의 상황이 상반된 것이다.
이에 국내 식품업체에서는 연어를 캔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출시하고 있다.
동원F&B는 지난 6일 100% 생 훈제연어 제품인 ‘동원 에어익스프레스(AIR EXPRESS) 훈제연어’를 출시했다. 동원 에어익스프레스 훈제연어는 냉장연어를 노르웨이부터 항공직송으로 들여와 부산 연어가공공장에서 곧장 훈연한 뒤 냉장상태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국내 제품 중 냉장연어를 가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 훈연과정 역시 26℃ 내외로 약 6시간 동안 훈연하는 유럽 정통 콜드스모크 방식을 사용했으며 별도 첨가물 없이 국내산 참나무와 소금만으로 제조했다.
신세계푸드도 연어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신세계푸드는 노르웨이 수산기업 리로이(LEROY)와 공동 개발한 ‘보노보노 마리네이드 연어스테이크’ 4종을 선보였다. 리로이는 글로벌 2위 연어 기업으로서 가공 인프라를 제공한다.
또 자사 운영 외식 매장에서도 연어 메뉴를 출시하며 힘 싣기에 나섰다. 지난달 20일부터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키아에누보와 아메리칸 게스트로펍 데블스도어에서 보노보노 마리네이드 연어 스테이크를 활용한 파스타, 플래터, 피자 등의 신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연어캔이 시장에서 실패한 것은 한정된 레시피와 비린내, 가격 때문”이라면서 “훈제연어에 익숙해진 소비자 입맛을 캔 형태로는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캔 등 단순가공에 그친 2세대 가정간편식이 아닌 고급화된 3세대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다시 한번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