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몽골랠리㊦]운전병 출신 죽마고우 3人, 중고차로 달리는 청춘랠리

[2018 몽골랠리㊦]운전병 출신 죽마고우 3人, 중고차로 달리는 청춘랠리

기사승인 2018-09-01 01:00:00

총 주행거리 12,461km. 몽골랠리 피니시 라인에 서다!

이제 몽골랠리의 끝이 보인다. 체코 러시아 바이칼스크의 자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다는 바이칼 호수를 바라보며 울란우데까지 330km를 내리 달렸다. 그 동안 하루 평균 700~800km씩 달려왔기 때문에 서울에서 부산가는 거리 정도는 별 거 아닌 듯이 느껴졌다.

여전히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임시로 땜질해 둔 타이어가 다시 터지는 건 아닐까 불안한 마음도 컸지만, 마지막 몇 시간만 버텨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엑셀을 밟았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차량 문제는 다른 팀들에 비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매년 몽골랠리 참가자들은 랠리 기간 동안 비공식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하여 서로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데, 거기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차량 견인이나 타이어 펑크는 예삿일이고 반파 사고를 겪은 심한 케이스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팀과 다른 모든 참가자들의 무사 완주를 기원하며 5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울란우데는 생각보다 큰 도시였다. 유럽의 정취와 몽골 특유의 여유로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몽골랠리 피니시 세레모니는 주말을 제외한 평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열린다. 정해진 형식 없이 참가자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종료를 기념하면 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도 이미 먼저 도착한 다른 참가자들과 더 어드벤처리스트(The Adventurists) 관계자들이 모여 열렬하게 환영해주고 있었다.

작년까지는 몽골랠리 완주 후 망가진 중고차들을 몽골에 그냥 버리고 가는 참가자들이 더러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올해에는 주최 측에서 1,200파운드, 한화 약 170만원 상당의 환경 보증금을 받는다. 폐차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해당 비용을 폐차 비용으로 사용하면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자동차와 함께 본인 집으로 돌아가 인증 절차를 거친 후에 돌려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러시아 입국 서류, 자동차로 러시아 국경을 지나며 받은 도장이 찍힌 여권 그리고 자동차 서류를 준비해 폐차 절차를 밟았다. 폐차할 차량들은 약 20km 정도 떨어진 선착장으로 이동해 배에 싣고 에스토니아에서 처리된다고 했다. 동고동락한 자동차를 떠나보내니 시원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2017 쉘위고 팀 선배들이 떠나가는 자동차 번호판이라도 떼 오고 싶었다고 얘기한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피니시라인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참가자들이 모여 있는 펍으로 이동했다. 몽골랠리를 마친 참가자들이 한데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함께 찍는 등 마지막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참가자 방명록을 확인해보니 우리 팀은 18번째 도착 팀이었다. 여러가지 일정에 맞추느라 쉬지 않고 달린 날들이 많아 10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의외였다. 물론 순위와 경쟁을 염두에 둔 랠리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도 다른 참가자들과 뒤섞여 회포를 풀었다.

중고차로 유라시아 대륙 횡단, 주행거리 총 12,461km.

12년 지기 친구들과 반평생을 함께하면서 한 번도 겪은 적 없었던 힘든 시간이었지만, 다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표를 이루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감격스럽고 뿌듯하다. 이렇게 우리 아미고 팀의 몽골랠리 40일 여정은 끝났지만, 몽골랠리를 완주한 이 경험이 앞으로 다가올 어떤 힘든 도전에도 굴하지 않을 용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불스원과 함께하는 2019 몽골랠리’를 준비하는 친구들을 위한 조언을 남긴다. 무엇보다 랠리 차량의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챙길 것, 함께하는 친구들을 배려하고 또 서로 의지할 것, 그리고 다가오는 모험과 위험을 피하지 말고 즐길 것!

‘몽골랠리’는 영국 비영리단체 어드벤처리스트(The Adventurist)가 주관하는 아마추어 레이스다. 자동차 관리 문화 선도기업 불스원은 자동차와 환경을 생각하는 몽골랠리의 취지에 공감하고, 도전하는 젊음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3년째 국내 참가팀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글=팀 아미고(AMIGO) - 강민석(25), 한범희(25), 이대학(25)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
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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