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업계가 잇달아 동남아 열대과일인 ‘깔라만시’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며 과일소주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지난 4일 롯데주류는 순하리 시리즈인 ‘순하리 깔라만시’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알코올 도수 12도에 용량은 360㎖다.
롯데주류는 깔라만시 과즙이 들어있어 특유의 새콤함이 특징이며, 우선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 등에 선 출시하고 이후 판매망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루 전인 3일 무학도 ‘좋은데이 깔라만시’를 선보였다. 깔라만시 원액을 첨가한 일반증류주로 곡물을 발효시켜 증류한 주정에 깔라만시 과즙을 담아 상큼한 신맛과 건강한 쓴맛을 살렸다는 설명이다. 알코올 도수는 12.5도, 용량은 360㎖다.
특히 무학은 깔라만시 과즙과 무열량 감미료를 사용해 기존 자사 리큐르 제품보다 당 함량은 99% 줄이고 칼로리는 30% 낮춘 제품으로 개발했다. 롯데주류와는 반대로 일반음식점과 주점 등에 우선 출시된다.
롯데주류와 무학은 최근 SNS 등에서 소주와 깔라만시 액을 타서 음용하는 방법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롯데주류 ‘순하리 블루베리’, 하이트진로의 ‘자두에 이슬’ 등 수출 전용 제품을 제외하면 약 2년만의 신제품인 셈이다.
‘과일맛 소주’의 시작은 2015년 롯데주류가 처음 선보인 ‘순하리’다. 당시 롯데주류는 소주 향과 맛 만족도는 낮고, 과실주는 가격 만족도가 낮다는 점을 착안해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출시 100일만에 누적 1000만병 판매고를 올리자 경쟁업체들도 과일맛 소주 제품을 연이어 내놨다.
무학의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를 비롯해 대선주조 ‘시원블루’ 시리즈, 금복주 ‘상콤달콤 순한참 유자’를 내놨다. 하이트진로도 ‘자몽에이슬’을 선보였다.
그러나 과일 소주 인기는 1년을 넘기지 못했다. 불과 반년만에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량은 1/5 이상 줄어들었다. 한 대형마트 기준 점유율은 14%에서 2%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이트진로 자몽에이슬이 선전했으나 시장 전체의 위축을 막지는 못했다. 과일소주는 각 주류업체에서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후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는 국내가 아닌 외국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하이트진로는 2015년 10월 태국 자몽에이슬 수출을 시작으로 동남아·중국·미국 등 해외시장에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 또 ‘자두에이슬’을 수출용 제품으로 개발해 미국 전 지역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주류도 2015년 순하리 이후 수출 전용 제품 ‘순하리 딸기’와 ‘순하리 블루베리’를 개발해 해외 현지판매에 나서고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이미 참패를 겪은 만큼, 깔라만시류의 제품 이후 추가적인 제품 출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깔라만시를 활용한 소주 제품이 출시됐지만 수명이 얼마나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소비 트렌드의 변화 주기가 짧은 만큼 하나의 제품 카테고리로 정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맵고 짠 류의 안주를 즐겨먹는 소비자 입맛을 볼 때 단 맛의 과일소주가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