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우리네 장을 만드는 곳, CJ제일제당 해찬들 공장

[르포] 우리네 장을 만드는 곳, CJ제일제당 해찬들 공장

기사승인 2018-09-09 12:00:00

서울에서 버스로 세 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곳은 하나의 ‘장독’이었다. 몇 개의 건물들이 마치 장독대에 늘여진 옹기처럼 모여있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 장독에서 빚어낸 고추장 등 장류는 약 10만여톤에 달한다.

지난 7일 충남 논산에 자리한 CJ제일제당 해찬들 공장을 찾았다. 1973년 CJ제일제당이 장류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생산을 책임졌던 이곳에서는 고추장과 된장, 쌈장 등 장류르 비롯해 양념장, 액젓, 건강음료 등이 생산되고 있다.

공장 견학을 안내한 관계자는 “다른 제품과는 달리 발효식품을 생산하는 곳이니만큼 위생에 각별히 신경쓸 수밖에 없다”면서 “장류 품질 시스템 관련 KS획득을 비롯해 ISO9001, ISO9002, 그리고 장류 업계로는 최초로 해썹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고추장 생산단계는 크게 원료입고와 숙성 단계인 ‘전처리’와 혼합과 살균냉각 과정인 ‘배합살균’, 충진과 포장 단계인 ‘포장’ 등 총 3단계로 구분된다.

안내를 받아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곡식을 찔 때 나는 고소한 내음이 콧잔등에 내려앉았다. 이날 공장에서는 밀고추장의 전처리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이를 원물인 밀을 ‘증자’ 작업중에 나는 냄새라고 설명했다.

쪄진 밀은 마치 흑설탕 같은 옅은 갈색으로 변했다. 갓 쪄낸 밀을 입에 넣자 잘게 부서졌다. 오래도록 씹자 점차 고소한 맛이 입안을 채웠다. 

대표적인 장류인 고추장은 밀고추장과 쌀고추장으로 나뉘며 입고된 원료는 모두 증자 과정에 들어간다. 이후 추가 단계를 거친 뒤 ‘제국’ 과정에 들어간다. 소맥분은 고온다습한 공간에서 사나흘간 제국 과정을 거친 뒤에야 밀 또는 쌀과 합쳐지게 된다. 이후 염수 등이 추가되며 발효에 들어간다. 

된장의 경우는 고추장 공정과 큰 궤는 같이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원물에 소맥분과 밀쌀 외에 ‘대두’가 추가된다. 여기에 된장을 만드는데 빼놓을 수 없는 메주가 더해진다.

공장 관계자는 “된장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들어가는 한식메주(사각메주)를 자동화해서 생산할 수 있는 곳은 CJ제일제당이 유일하다”면서 “관련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된장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뒤섞인 밀쌀, 소맥분, 염수, 효소는 100톤 용량의 발효탱크에서 약 한달간 숙성과정을 거친다. 공장에는 이같은 발효탱크가 30여개 있었다. 직접 들여다본 한 탱크 안에는 이미 20여일간 숙성된 상태로 달큰한 알코올 냄새가 났다. 발효가 끝난 뒤에야 고춧가루 등 양념과 혼합과정이 이뤄져야 우리가 아는 빨간 색을 띈 고추장이 된다. 혼합이 끝난 고추장은 포장돼 상품으로 출고된다. 

공장 관계자는 “공장에서 가정용 소용량 제품을 비롯해 12㎏ 매장용 제품 등도 다 함께 포장돼 출고된다”면서 “일부에서 매장용 제품은 질이 떨어진다라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합비가 달라지거나 성분이 다를 경우 관련법상 새 제품으로 신고해야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직원들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해찬들 제품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오선미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조미소스팀 수석연구원은 “해외에서 성공한 타바스코, 스리라차 소스 등은 최소한의 원료로 발효해 비교적 단순한 맛패턴을 가지고 있다”면서 “따라서 용도도 디핑 등의 수준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추장, 된장, 쌈장 등 장류는 발효에서 기반된 단맛과 매운맛 등 복합적인 풍미를 내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해물요리, 고기요리, 채소요리 등 어디에도 어울리는 것처럼 글로벌 어떤 요리에도 잘 어울리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해찬들은 대한민국 장류 산업의 대형화와 성장을 견인해왔다”면서 “장류 품질 관리 체계가 미흡한 현 상황에서 품질 안정화를 선도하고 기술을 확보하는 등 전반적으로 장류 맛품질 향상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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