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7일 오후 4시 51분, 쿠웨이트에서 두바이를 거쳐 인천공항에 입국한 A씨(61세·남)가 8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판정을 받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A씨의 건강염려증이 메르스 추가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9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긴급 브리핑에 따르면 A씨는 인천공항 입국 당시 설사 증세와 근육통을 호소했고, 승무원에게 요청해 휠체어를 타고 검역을 받은 후 오후 5시 38분경 리무진 택시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검역 당시 A씨는 10일전 쿠웨이트에서 설사 증세로 병원에 간 적이 있으며 증상이 심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후 고막체온측정기를 통해 체온이 36.3℃로 정상범위인 점을 확인하고 메르스 증상 및 대처법 등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공항을 떠났다.
하지만 A씨는 ‘이상증상 발생시 의료기관에 먼저 방문하지 말고, 1339나 지역보건소로 신고할 것’을 당부하는 등의 교육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택시를 탄 후 삼성서울병원에 의사로 재직 중인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설사 증상 등에 대해 상담을 받았고, 곧장 병원을 찾았다.
다행스러운 점은 병원 방문 전 의사와 상담을 통해 중동지역에 머물렀으며 10일 전 설사 증세로 쿠웨이트 내 병원을 방문했던 점 등이 병원에 전해졌고, 병원 또한 장염증세를 의심하면서도 메르스 감염을 배제하지 않고 음압진료실에서 진료하는 등 조치가 이뤄졌다.
이와 관련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환자가 비록 소화기 계통으로 이야기했지만 중동에서 입국한만큼 처음부터 격리해 진찰을 하고 보호구 등을 착용하고 환자를 대해 의료진 내에서의 어떤 감염 가능성을 없앨 수 있는 원천적 조치가 잘 취해졌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환자 본인 또한 본인의 건강상태가 의심이 갈 때 적극적으로 병원에 미리 연락을 하고, 주변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며 곧장 병원을 갔던 점이 이번 사태에서 저희(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 들어오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메르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으나 접촉자 또는 접촉을 의심하는 이들은 발열, 호흡기증상 등 이상증상이 있을 시 직접 병원을 방문하지 말고 반드시 1339 또는 지역보건소에 신고해 조치사항에 따라 진료를 받아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아울러 이미 A씨와 직간접적 접촉이 있었던 대상들을 2m 이내 접촉자 혹은 같은 방 또는 공간에 머문 경우,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을 직접 접촉한 경우에 속하는 ‘밀접접촉자’와 이동 경로상 접촉가능성이 있거나 2차감염이 가능한 이들을 ‘일상접촉자’로 나누고, 이들에 대한 감시와 관리도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다짐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 밀접접촉자는 22명으로 A씨와 함께 비즈니스석에 탑승한 이들 중 앞뒤 3열에 있었던 10명과 승무원 3명, 검역관과 출입국심사관 각 1명,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 가족 1명과 리무진 택시운전사, 휠체어 도우미 1명이다.
일반접촉자는 440명으로 A씨와 같은 항공기를 탑승한 승객 409명과 A씨가 공항 내에서 이동한 경로를 따라 추가 접촉한 이들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보건당국은 접촉자를 추가로 확인하는 한편, 일반접촉자들에게 전담공무원을 배당하고 능동감시에 들어갈 뜻을 밝혔다.
여기에 쿠웨이트를 메르스 오염국으로 추가하고, 중동 여행객 및 방문자에 대한 예방수칙을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안내하는 등 국민과의 소통채널을 확보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투명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알릴 것을 다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