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재벌 총수 등으로 구성된 방북단이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에 방문하면서 남북경협의 불씨를 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방북자 명단에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부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재웅 쏘카 대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협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총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성태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17명의 기업인이 방북단에 참여한다.
17일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경협은 판문점선언에서 합의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매우 엄격한 제재가 국제사회로부터 취해지고 있어서 실행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있다”면서 “어떤 구체적 의제를 이야기할 것인지 말하는 것은 좀 섣부른 것 같다, 아직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이행과 그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특히 이번 방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참여가 눈에 띈다. 앞서 1·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삼성 측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윤종용 부회장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런만큼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대외 업무를 총괄하는 윤부근 부회장이 참석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방북행에 대해 정부와 삼성의 관계개선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그러나 임 비서실장은 “재판은 재판대로 엄격하게 진행되고, 일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확대 해석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4대기업 등 경제인들이 방북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남북경협에 대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은 반도체, 철도, 반도차, 통신, 전자 등에 대해 일가견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4개 기업 모두 북한과 연이 닿아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 부분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1999년 평양에서 가전제품을 위탁 가공 생산했다 다만 2010년 남북관계 악화로 현재 가동은 중단됐다.
LG는 1996년부터 2009년까지 TV조립을 OEM 방식으로 북한에 맡긴 바 있다. 여기에 범 LG家가인 LS그룹을 통해 남북 경협에 기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구 회장은 방북 전 LS그룹을 방문해 대북관련 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2007년 북한을 다녀온 바가 있을 정도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기에 계열사 현대건설, 현대로템 등을 통해 건설,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남북경협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최태원 SK 회장 역시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방북이다. 통신, 건설 인프라 관련 향후 SK텔레콤과 SK건설의 사업 참여 가능성이 관측된다. 이밖에 에너지·반도체 등 다른 사업군 역시 수를 보탤 수 있다.
경제인의 방북단 참여에 대해 재계에서는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가동 조기 정상화를 비롯한 남북경협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마련하는 역사적 방북으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기틀을 마련하는 한편 남북 간 경제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해 우리나라는 물론 동북아시아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남북이 서로 활발하게 교류를 해야 한다”면서 “남북이 교류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