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조인성 “‘안시성’ 두 번 거절… 저도 편견 있었어요”

[쿠키인터뷰] 조인성 “‘안시성’ 두 번 거절… 저도 편견 있었어요”

조인성 “‘안시성’ 두 번 거절… 저도 편견 있었어요”

기사승인 2018-09-19 00:01:00


지금까지 한 번도 다룬 적 없는 안시성 전투.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관련 사료. 알려진 적 없는 양만춘 장군. 220억이란 대규모 제작비.

배우 조인성에게도 ‘안시성’(감독 김광식)은 무거운 짐이었다. 그의 출연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캐스팅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현대적인 이미지의 조인성이 역사에 남을 전투를 지휘하는 양만춘 장군 역할에 어울리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조인성도 처음엔 같은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안시성’ 시나리오를 두 번 정도 거절했어요. 저와 맞는 역할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도 편견을 갖고 시작한 거죠. 비교 대상으로 삼기도 부끄럽지만, 최민식, 김명민 선배가 이순신 장군 역할을 훌륭하게 해주셨잖아요. 저도 그걸 보고 배운 세대라 장군은 나이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그때 감독님이 사실 그 당시 장군의 나이가 제 나이라고 하셨는데, 그 얘길 듣고 젊은 장군을 보여줘도 되겠다는 확신을 가졌죠.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고 하면 난 도대체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자기 복제하면서 실패하는 것과 새로운 것에 도전해서 실패하는 것 중에 그래도 도전해보고 실패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작진을 믿고 새롭게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안시성 전투와 양만춘 장군의 존재는 알아도, 그가 어떤 성격이었고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에 관해 남아 있는 역사적 기록이 단 세 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몇 줄의 기록과 시나리오로 양만춘을 이해하고 연기해야 했다. 그래서 조인성은 당시 양만춘이 처한 주변 상황을 진지하게 상상하며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전 양만춘이 야망을 포기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양만춘이 연개소문의 말을 듣지 않은 건 집권 여당에서 빠져나온 느낌이잖아요. 민주주의 사회도 아닌데, 어떻게 야망을 포기하고 권력도 없는 인물이 안시성의 성주로 있을 수 있었을지 생각했어요. 만약 양만춘이 성민들과 관계가 나빴다면 반란을 일으키기 쉬웠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어요. 그게 양만춘에게 호전적인 고구려인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무서운 사람은 괴로움 없는 자유로운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그렇게 인물들과의 관계와 말투를 설정하고 안시성만의 분위기를 보여드리려고 했습니다.”

조인성은 현재 갖고 있는 배우로서의 고민도 털어놨다. ‘자기 복제’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쓰기도 했다. 그렇다고 ‘안시성’으로 이미지 변신을 의도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평가는 관객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제가 멜로 장르를 많이 하다보니까 똑같은 모습이 나올 때가 있어요. 왜냐하면 전 멜로 연기를 할 때 조인성이 연애하는 모습에서 출발하거든요. 그게 조금 불편하고 무서웠어요.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장르를 갈아타자고 생각했어요. 멜로는 관객들에게 이전 제 모습이 잊혀질 때쯤 다시 하면 되잖아요. 그렇다고 제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거라는 의도로 ‘안시성’을 시작하진 않았어요. 그건 보시는 분들의 평가에 달려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의도를 갖고 연기하면 다 걸릴 거예요.”

조인성은 앞으로 더 많은 드라마, 영화에 출연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앞으로는 주인공이 아닌 작은 역할로도 출연할 계획이다. 출연작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연기에 임하는 자세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제 작품수가 적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이 하려고요. 영화를 찍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영화 ‘1987’도 좋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고, ‘신과 함께’의 이정재 형도, ‘더 킹’의 정우성 형도 상징적인 역할로 출연하셨잖아요. 저도 큰 역할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죠. 앞으로는 꼭 주인공이 아니라도 캐릭터가 좋으면 짧고 굵게 나와도 될 것 같아요. 출연 편수도 늘고 부담감도 덜고요. 연기할 때의 신중함과 불안함은 항상 똑같아요. 저도 경력이 20년 정도 되면 연기가 막 나올 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어떤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을 경험은 있지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불안한 건 여전한 것 같아요. 그래서 걔(연기)를 우습게 볼 수가 없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아이오케이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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