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발표한 ‘전세자금 대출 신규보증 제한’에 대해 부동산업계의 반응은 ‘뜨듯미지근’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들에게 이달 15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신규보증이 제한된다. 1주택자의 경우 부부합산 연소득이 1억원이 넘을 경우(서울보증보험 제외) 보증 기관에 전세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방안이 주택시장에 줄 수 있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이 같은 정책이 오히려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미분양 물량이 많은 신도시 내 상가 매매는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8일 금융당국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15일부터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 신규 보증은 주금공, HUG, SGI 모두 제한된다.
1주택 이상 대상자들도 부부 합산 1억원이 넘을 경우 전세대출에 대한 신규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민간보증기관 서울보증보험(SGI)에서는 1주택 이상 대상자들의 재산(부부합산)이 1억원 초과되더라도 전세대출 신규 보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민간기관의 특성 상 보증 수수료율은 공적기관 보다 최대 0.4% 정도 높다. 결국 전세대출에 대한 부담감은 클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이 같은 방안은 전세대출이 ‘실수요 서민 지원’이라는 당초의 제도 취지와 달리 다주택자의 갭투자 등 투기수요로 활용될 우려가 나와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다주택자들이 금융회사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전세로 거주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여유자금을 활용해 갭투자를 하는 사례 등이 있다”며 “이번 방안은 투기수요는 억제하고, 서민·실수요자는 보다 폭넓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보완책”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정책 방안이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반신반의한다.
부동산인포 권일 팀장은 “갭투자에 대한 수요자들이 감소할 수 있겠으나 시장에 그만큼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주택자들은 이미 여러 차례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경험이 있던 사람들이다.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해서 갭투자들을 했던 다주택자들이 전체 비중에서 얼마나 될지 반문한다면 그 비중은 크지 않다. 이 사람들이 시기를 보고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정책 효과는 크게 기대하긴 어려울 것”라고 말했다.
리얼투데이 장재현 실장은 “이번 정책은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보증 규제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전세자금 대출이 규제될 경우에 기존에 있는 주택의 전세자금을 올려 자금부분을 메꾸려 할 수 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상가와 관련된 갭투자는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위례신도시 등 상권이 침체된 신도시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위례역 예정부지 인근 상권 매출 성장률은 5.40%(2017년 3월 129억7000만원→2018년 3월 136억7000만원)에 그쳤다.
상가뉴스레이더 선종필 대표이사는 “자기자본이 아닌 외부(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게 되면 시장이 (미분양 물량이 많은) 신도시 내 상가 투자는 위축될 가능성은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