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보다 지역 병상수 많다…큰 병원 없는 곳은 재입원율·사망비 ↑

수도권보다 지역 병상수 많다…큰 병원 없는 곳은 재입원율·사망비 ↑

병상수 많아도 '300병상 의료기관' 유무에 따라 재입원율·사망비 영향

기사승인 2018-10-31 12:00:00

병상수와 관계없이 큰 병원이 있는 곳일수록 재입원율과 사망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도권보다 지방의 병상수가 더 많았으며, 병상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입원율이 높았다.

이는 우리나라가 300병상 미만 중소형 의료기관 병상이 전체의 69%를 차지하는 ‘중소형 병원 중심의 공급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 입원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도 및 진료권별 병상총량제를 실시하고 지역거점 병원을 육성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56개 의료생활권을 도출하고, 각 지역 간 의료이용 양상을 비교 분석한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KNHI_Atlas) 구축 연구’의 중간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연구는 ▲의료자원의 공급(인구 1000명당 병상수) ▲공급 구조(300병상 이상 병상수, 포괄의료서비스 병상수) ▲입원의료이용(인구 1000명당 입원, 자체충족률) ▲건강결과(중중도보정 사망비, 표준화 재입원비)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 56개 중진료권 중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이 가장 많은 지역은 9.9개, 가장 적은 지역은 3.6개로 진료권 간 2.8배의 격차가 나타났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곳은 고성, 영월, 진천, 거제, 사천, 김천, 서산, 당진, 속초, 시흥, 이천 등 11곳이었다. 지역거점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은 이들 지역과 여수, 문경, 홍성, 동해 등 14곳이었다. 

중진료권 중 인구 1000명당 입원이용량이 가장 많은 곳은 377건, 가장 적은 곳은 155건으로 2.4배의 격차가 발생했고, 56개 중진료권 중 자체충족률이 가장 낮은 곳은 32%(진천)였다. 50% 이하인 곳도 14개였다.

 

◇사망비 낮은 지역 강릉‧평창, 높은 곳은 이천‧여주…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영향 커

중진료권별 의료결과를 살펴보면, 중증도 보정 사망비가 가장 높은 곳은 이천‧여주(1.7)로 가장 낮은 강릉‧평창(0.8)보다 2배 이상의 격차가 나타났다. 사망비가 가장 낮은 강릉‧평창은 0.8로 주변 지역 중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존재하지 않는 속초(1.5), 영월(1.3)보다 낮았다.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은 6.6개로 전국 평균(6.2개)보다 소폭 많았으며, 급성기 병상의 63%가 300병상 종합병원에 의해서 공급되고, 700병상급의 지역거점 의료기관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망비가 가장 높은 이천‧여주는 인구 1000명당 병상수가 3.7개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또 급성기 병상 100%가 300병상 미만 의료기관에 의해 공급되는 구조를 갖고 있었으며, 자체충족률도 45.4%(평균 64%)로 의료자원이 취약했다.

 

◇급성기 병상 많을수록 재입원비율 높아

위험도 표준화 재입원비가 가장 높은 곳은 여수(1.4), 가장 낮은 곳은 천안‧아산(0.8)으로 1.8배 이상의 격차가 나타났다. 재입원비율이 가장 낮은 천안‧아산은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이 5.7개(전국평균 6.2개)이며, 급성기 병상의 40%가 300병상 종합병원에 의해 공급됐다. 지역거점 의료기관 기능을 하는 종합병원도 존재했다. 이들 지역은 인구 1000명당 입원 또한 204건으로 전국 평균에 비해 낮았으며, 자체충족률은 81.1%였다.

재입원비율이 가장 높은 여수는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준(9.6개)이었다. 급성기 병상의 13%가 300병상 종합병원에 의해 공급됐으나 지역거점 의료기관 기능을 수행하는 병원은 없었다. 인구 1000명당 입원 또한 334건으로 전국 평균 225건에 비해 높았으며, 자체충족률은 72.8%였다.

연구를 진행한 김윤 교수는 “과도한 병상의 공급은 입원 의료이용과 재입원의 증가로 나타났으나, 병상 공급량이 많아도 공급구조가 좋은 경우 의료이용과 의료결과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입원 및 재입원을 예방하고, 입원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병상의 공급구조를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차의료 의사수 적으면 외래진료 관리수준 떨어져

한편 연구에서는 외래에서 잘 관리됐을 경우 입원 예방 가능한 ‘외래진료 민감질환’의 입원결과도 분석했다. 이는 의원급 외래에서 경증 만성질환의 관리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일차의료의 질과 접근도를 반영하고 있다.

그 결과 외래진료 민감질환 입원율은 인구 만명당 181건으로 나타났으며, 유아에서 5배, 노인에서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전국 252개 시군구 중 가장 높은 곳은 해남(545건), 가장 낮은 곳은 용인시 수지구(76건)로 조사됐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는 지역박탈지수(지역의 사회경제적 상황)가 가장 낮아 사회경제적 여건이 양호하고, 인구 만명당 일차의료 의사수도 3.2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았다. 인구 1000명당 300병상 미만 병상수는 0.9개였다. 

반면 전남 해남은 지역박탈지수가 높아 사회경제적 여건이 취약하고, 인구 만명당 일차의료 의사수는 1.7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인구 1000명당 300병상 미만 병상수는 가장 높은 수준인 13.4개였다.

◇지역응급의료센터 평균보다 많은 ‘속초’…300병상 이상 병원 없어 응급사망비 1위

응급취약 진료권도 여전히 존재했다.

56개 중진료권별 인구 10만명당 지역응급의료센터수는 평균 0.33개였는데, 지역응급센터가 전혀 없는 곳이 오산, 시흥, 진천, 사천, 거제, 고성 등 6곳, 300병상 이상 센터가 없는 진료권은 이들 지역과 이천, 동해, 서산, 속초 등 10곳으로 나타났다.

중진료권의 응급의료자원 공급과 공급구조에 따른 응급의료이용과 사망의 차이를 살펴본 결과, 중증응급환자의 지역응급의료센터까지의 평균 이동시간은 37.5분이나 지역별 격차는 11.4배에 달하고, 중증응급의료환자 부적절 초기 이용률은 평균 17%로 지역별 격차는 26배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진료권별 응급의료환자 중증도 보정 권내 응급사망비는 전국평균 1.0이며, 가장 높은 곳은 속초(1.7), 가장 낮은 곳은 당진(0.7)로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응급사망비가 가장 낮은 당진은 인구 10만명당 응급의료센터수는 0.6개로 전국 평균 0.3보다 다소 높은 편이었으며, 중진료권 내 300병상 이상 지역응급의료센터가 1개소 소재해 자체충족률이 높았다. 중증응급환자가 응급센터까지 이동시간은 41분으로 전국평균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또 부적절한 초기이용률은 3.8%(전국7위)로 전국평균에 15%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속초는 인구 10만명당 응급의료센터수는 0.6개로 동일하나, 중진료권 내 300병상 이상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없고, 300병상 미만만 1개소 소재해 중증응급환자가 응급센터까지 이동시간이 75분으로 매우 높았다(전국 51위). 자체충족률도 16%로 가장 낮아 자원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 교수는 “병상의 절대적 총량을 늘리기보다는 의료의 질과 효율성 측면에서 중소병원의 진료기능을 명확히 하고, 급성기뿐 아니라 요양병원-요양원 등 협력체계를 갖고 상생하는 길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병상 공급량을 적정화하고, 입원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시도 및 진료권별 병상총량제, 급성기 종합병원 신설 병상기준 강화, 지역거점 병원 육성, 적정 규모 이하의 중소병원 기능 전환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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