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KB국민은행장이 21일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허 행장은 당초 ‘관리형’ 행장이라는 평가 속에 국민은행장에 취임한 인물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허 행장은 주위의 평가를 무색하게 국민은행의 혁신을 주도하며 ‘혁신형’ 행장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허 행장은 지난해 11월 21일 취임식을 가지고 2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처음 허 행장이 은행장으로 취임할 당시 주위의 시각은 차가웠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던 상황에서 그는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행장으로 선임됐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노조위원장 출신의 관리형 행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유일하게 허 행장에 대한 높은 평가는 그가 경찰공무원 전용 상품 ‘무궁화 대출' 사업권을 따오면서 영업력이 뛰어나다는 평이였다.
허 행장이 취임한지 1년, 그에 대한 평가는 현재 180도 달려졌다. 허 행장이 매번 예상하지 못한 혁신을 통해 국민은행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변화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의 변화는 은행 직원들의 옷차림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허 행장은 지난달부터 전 직원의 ‘노타이(No-Tie)’와 ‘비즈니스 캐주얼’을 허용했다. 내년 5월부터는 대리급 이하 여직원들이 입어야 하는 유니폼도 폐지한다. 이는 직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허 행장의 복안이다.
허 행장이 직원들의 자율성과 유연한 조직문화를 강조한 것은 은행 산업의 거대한 변화에 따라 국민은행을 디지털 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허 행장은 이달 창립기념일 “대형 플랫폼 기업이 은행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냉정한 현실에서 변화는 선택이 아닌 우리의 숙명”이라며 국민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선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 2025년까지 디지털 관련 분야에 2조원을 투자하고, 디지털 인재도 4000명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직원 수가 2만명 수준인 만큼 전 직원의 5분의 1을 디지털 인재로 교육시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허 행장 스스로도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직접 찾아가 디지털 인재로 변화해 나가고 있다.
그의 혁신은 비단 디지털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올해 7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인수하면서 국민은행의 해외진출을 재가동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 실패 이후 한동안 해외진출을 중단해 왔다. 허 행장은 과거 실패에도 다시 도전에 나선 것이다.
허 행장에 대한 평가는 혁신과 함께 높은 실적이 뒷받침하면서 뒤집어졌다. 허 행장이 취임한 이후 올해 국민은행의 실적은 1분기 6902억원, 2분기 6631억원, 3분기 6321억원으로 매 분기 6000억원 이상의 실적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84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1%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허 행장이 향후 어떠한 모습의 국민은행을 고객들에게 보여줄 지 기대하고 있다.
한편 허인 행장은 취임 1주년인 21일 2011년부터 시작해 올해 14회째를 맞이하는 국내 최대 규모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 굿잡 박람회 현장경영을 통해 보낼 예정이다.
◇약력 ▲1961년 경상남도 진주 출생 ▲1980년 서울대학교 법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 ▲1988년 한국장기신용은행 ▲2004년 KB국민은행 대기업팀장 ▲2005년 KB국민은행 동부기업금융지점장 ▲2008년 KB국민은행 신림남부지점장 ▲2012년 KB국민은행 삼성타운기업금융지점 수석지점장 ▲2013년 KB국민은행 여신심사본부 상무 ▲2014년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 ▲2016년 KB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2017년 11월 KB국민은행장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