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금융소비자의 보안 의식만큼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OTP의 형태는 토큰형에서 카드형, 최근에는 모바일 형태로 발전했지만 정부의 무관심 속에 호환성은 떨어지고 있다. 은행 공통으로 OTP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경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56개 금융사가 OTP기반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 19개, 증권 28개, 기타 9개 등 총 56개 금융사다. 사실상 모든 금융사가 OTP 기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꼴이다.
OTP를 통한 금융거래 건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4년 3분기 중 2억4500만 건을 기록한 OTP금융거래는 3년 후인 올해 3분기 4억5600만 건으로 2억 건 이상 증가했다. 2007년 OTP도입 이후 누적 거래 건수 역시 100억 건을 넘어섰다.
정보 유출이 쉬운 보안카드의 단점을 보완해 나온 OTP는 사용이 증가하는 만큼 초기 토큰형에서 카드형을 거쳐 최근 모바일형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과 산업은행이 모바일 OT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농협은행도 오는 8일부터 모바일 OTP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문제는 금융사별로 모바일 OTP 도입이 진행되면서 금융사간 모바일 OTP가 호환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일례로 신한은행 모바일 OTP를 가지고 타 은행이나 증권사에서는 거래가 불가능하다. 농협은행의 모바일 OTP 역시 농협은행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하나의 OTP를 통해 모든 은행에서 거래가 가능했던 장점이 사라진 것.
산업은행이 내놓은 OTP의 경우 금융결제원과 함께 그나마 금융권 공동 사용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용가능한 은행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 대구은행, 수협은행, 경남은행 등 9개 금융사에 불과하다. 개인 고객이 많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모바일 OTP 도입에 회의적인 은행도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모바일 OTP의 장점 대비 단점도 분명해 도입에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액의 경우 간편송금 등의 서비스를 통해 OTP를 대체하고, 고액의 경우는 기존 OTP로 충분히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OTP를 사용하던 소비자 입장에서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금융권 공통으로 모바일 OTP의 표준 모델 도입을 위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기존 기계식 OTP와 달리 모바일 OTP의 경우 앱을 통해 OTP를 구현하다 보니 은행 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며 “충분히 소비자 불편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소비자들이 금융사 공통으로 모바일 OTP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금융사간 논의가 필요하다”며 “당국 차원에서 논의의 장을 마련하거나 표준모델을 제시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