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보고 즐긴 후 조용히 휴식 취하기 좋은 곳-
- 추위 녹일 뜨거운 물 콸콸-
-연리지 사랑나무와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은 덤-
아스라이 해넘이가 아름다운 대천앞바다가 손에 잡힐 듯 야트막한 동산 위 200년 된 소나무 밭과 너른 잔디밭. 충남 보령시 주교면 신대리 언덕 위 대천오토캠핑장의 첫인상이다. 인근에선 상양관광농원으로 알려진 곳이다. 30년 관광농원 운영의 경험과 시설이 오토캠핑장에 그대로 쌓여있다. 오토캠핑과 농촌체험이 가능하다.
대천오토캠핑장은 봉황산 기슭에 자리해 눈앞에 겨울 바다가 펼쳐진다. 석양과 함께 초겨울 들녘과 바다 사이를 가르며 달리는 장항선 열차는 여행의 설렘을 더한다. 장항선 철로를 사이에 두고 뒤쪽으로는 전형적인 농촌마을 신대리가, 앞쪽으로는 서해 갯벌이 펼쳐진다. 언덕 위 대천오토캠핑장에서 내려다보면 바다에 오순도순 떠 있는 섬들이 정겹다. 자동차로 10~20분 내외면 대천해수욕장, 대천항, 머드축제장, 석탄박물관, 성주사지를 찾을 수 있다. 20~30분 정도면 오천항,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무창포해수욕장에 다다른다. 대천오토캠핑장은 야영장과 넓은 운동장, 연못, 취사장 등을 갖춰 자연과 함께할 수 있다. 초겨울 추위쯤이야 감내할 수 있다면, 자작자작 타오르는 모닥불 피워놓고 헤이즐넛 커피향 음미해보자. 사랑하는 이와 어깨 마주하고 시린 밤하늘 별들의 시간 여행 감상하는 일도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과 연리지 사랑나무 아래서 망설였던 연인에게 사랑고백은 덤이다.
-대천 바닷가 연리지 사랑나무 이야기-
기자는 지난 11월 보령시 상양관광농원 오토캠핑장으로 캠핑을 다녀왔다.
푸른 하늘 아래 서해 바다가 내려 보이는 탁트인 전망의 솔밭을 산책하다 느티나무 군락을 만났다.
4~50년생 느티나무 30여 그루가 자라나는 곳에서 특이한 형태의 느티나무를 봤다.
직감적으로 "아! 이건 물건일세." 하고 있는데 상양관광농원 신영 대표가 다가왔다.
그는 이 느티나무 연리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놨다.
오래전 충청남도 보령의 봉황산 아래 파재비란 자그마한 마을이 있었다.
마을 중간의 소류지를 중심으로 2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대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마을에는 볼이 발그스레한 17세의 양반집 처녀 보옥과 어깨 듬직한 19살의 머슴 총각 대웅이가 살고 있었다.
신분의 귀천이 아직 남아있던 시절, 이들은 마을 뒷동산 소나무 숲에서 남몰래 사랑을 키웠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을 눈치 챈 보옥의 아버지는 크게 화를 내며 딸을 야단도 치고 달래도 보았지만 보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화를 참지 못한 보옥의 아버지는 사람들을 시켜 대웅을 멍석말이 했다.
보옥낭자는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대웅 총각과의 혼인을 포기했고, 대웅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추스르고 난 후 마을을 떠났다.
서울에서 갖은 고생 끝에 조그마한 집을 마련한 대웅은 보옥을 서울로 불렀고 보옥은 도망치듯 빈 몸으로 야밤에 고향을 떠났다.
이후 두 사람은 쌀배달을 비롯해 온갖 궂은일도 마다않고 열심히 일해 마침내 큰돈을 벌었다.
끝내 두 사람의 만남을 인정하지 않았던 아버지였지만 결국 자신이 병으로 죽기직전 두 사람을 고향으로 불러 성대하게 혼례를 치러주었다.
머슴 사위와 양반 딸은 고향에 큰 집을 짓고 아버지에게 못 다한 효도를 어머니께 지극정성을 쏟으며 네 자녀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이들 부부는 고향마을에서 천수를 누리다가 어느 해 봄 한 달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세상을 떠났다.
이들이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두 사람이 애틋한 사랑을 나누었던 소나무 숲 사이에 느티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자라기 시작했다.
두 나무는 해가 길수록 몸을 가까이 하더니 결국은 ‘연리지 사랑나무’가 되어 오늘까지 한 몸으로 다정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대천 바닷가 마을에 전해지고 있다.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도 당현종과 양귀비의 뜨거운 사랑을 읊은 시 ‘장한가(長恨歌)’에서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在天願作比翼鳥/在地願爲連理枝)"라고 노래했다.
신분의 차이로도 갈라놓을 수 없는 머슴과 양반집 규수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대천 앞바다를 바라보는 언덕 위 소나무 밭에 연리지로 자라나고 있다.
이 ‘연리지 사랑나무’는 입소문을 타고 영원한 사랑을 찾는 연인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보령=곽경근 선임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