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경제] 빚투 논란 속 은행 돈 떼먹고 해외로 나를 수 있을까

[알기쉬운 경제] 빚투 논란 속 은행 돈 떼먹고 해외로 나를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8-12-15 04:00:00

최근 빚투 논란을 시작으로 돈을 빌리고 해외로 도주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일례로 빚투 논란을 낳은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20년전 거액의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상태에서 뉴질랜드로 도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그들의 채무불이행은 20년간 지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현재 은행 돈을 안 갚고도 해외로 이민을 갈 수 있는지 은행에 직접 물어봤다. 은행의 답변은 ‘가능하다’ 였다. 채무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이민을 막는 법적 제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캠코의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간 국내 금융기관에 채무를 갚지 않고 해외로 이민을 가버린 사람이 총 2345명에 달했다.

현행 국외 이주 관련 법규에는 금융기관 빚을 갚지 않은 사람에 대한 규정이 없는데다 개인정보 보호로 인해 출국 직전에 개인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없어 이민을 떠나는 사람의 채무 유무를 사실상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빚을 지고 해외로 도피에 나설까?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사실상 은행이 해외로 도피한 이들의 채무를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 또 국내에서 채무불이행이 지속될 경우 신용불량자로 금융거래가 제한되지만 이는 국내법에 따른 것으로 해외에서는 자유롭게 금융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여신이 정상거래 중이라면 해외로 이민을 간다고 채권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에서 그것을 구속할 수는 없다”며 “나중에 가서 채무불이행에 나설 경우 채권보전이 어려워지지만 모든 사람이 채무불이행에 나설 것으로 가정하고 업무를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를 예방할 프로세스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채무불이행에 빠진 채무자가 이민에 나설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일단 은행은 채무불이행인 채무자가 이민을 간다는 사실을 행정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이민 자금의 합법성을 증명하기 위해 은행에 계좌증명원이나 대출계약서 등을 요구하거나 해외 이민송금서비스 이용으로 은행이 이민 사실을 확인할 경우 ‘출국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채무불이행 채무자의 경우 채무를 모두 상환해야 이민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아울러 개인이 아닌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많은 돈을 떼먹고 이민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거액의 여신은 담보를 근거로 취급된다. 따라서 여신을 상환하지 않고 해외로 떠날 경우 은행은 담보 처분을 통해 대출금을 회수한다는 것. 신용대출의 경우 해외 이민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한도가 제한되는 만큼 그 피해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은행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해외송금에 제한이 있고 담보를 중심으로 대출이 취급되는 만큼 채무를 상환하지 않고 해외로 도피하는 이들은 대부분 재산을 포기하고 인생을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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