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PMC:더 벙커' 이선균 “장르 욕심은 없어요…누구와 하는 지가 중요”

[쿠키인터뷰] 'PMC:더 벙커' 이선균 “장르 욕심은 없어요…누구와 하는 지가 중요”

기사승인 2018-12-26 17:51:57

"데뷔 18년 차, 사실은 쉬고 싶어요" 

지난 24일 서울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PMC:더 벙커'(감독 김병우)의 주역 배우 이선균을 만났다. 이선균은 최근 몇 년 사이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 '기생충'(감독 봉준호), 드라마 '나의 아저씨'(연출 김원석), 이번 개봉 영화 ‘PMC:더 벙커'까지 다작을 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그는 “전 작품을 털어 내지 않고,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할 시간도 없이 새 작품을 시작하는 건 배우에게도 좋지 않다”며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이선균이 ‘PMC:더 벙커'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함께 작업할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는 “장르 욕심은 없다. 포기할 건 포기한다”며 “어떤 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는 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작품 선택의 기준을 이야기했다.

그는 감독부터 출연 배우, 스태프까지 ‘PMC:더 벙커'에 참여한 사람들과 인연이 깊다. 김병우 감독의 전작 ’더 테러 라이브‘에는 배우이자 이선균의 아내인 전혜진이 출연했다. 캡틴 에이햅 역을 맡은 배우 하정우는 전혜진과 '더 테러 라이브'와 '허삼관'(감독 하정우) 두 작품을 함께 했다. 김병서 촬영감독은 이선균의 대학 후배다.

이선균은 극 중 엘리트 의사 출신으로, 의문의 조직에 납치된 뒤 위기에 직면하는 북한 군의관 윤지의를 연기했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역할이지만 이선균은 “오히려 분량이 적어서 할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윤지의를 “이 영화의 열쇠 같은 존재”라고 설명하며 “에이햅의 선택에 개연성을 줘야 했기 때문에 더 강단 있고 신념 있게 표현하려 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분량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고 밝힌 이선균에게 감독은 또 다른 역할을 부여했다. 자신의 모습을 직접 카메라에 담으라는 것. 재능을 발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선균은 “(카메라를) 쥐어주니까 그냥 들고 찍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상대 배우가 아닌 카메라 렌즈를 보고 연기를 해야 하는 점이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는 고충도 털어놨다.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아니요!”라고 즉답하며 손사래를 쳤다.

하정우에 대해서는 “기질은 다르지만 취미와 취향 등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을 묶어준 것은 다름 아닌 ‘걷기’. 이선균은 “언제까지 이 족쇄를 차고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손목에 찬 만보기를 내보였다. 그는 “나도 원래 걷는 것을 좋아한다. 답답할 때 걸으면 머리가 맑아진다”고 밝혔다. 지난 9일 하정우와 함께 하와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완주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기 호흡에 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주연을 맡은 두 사람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함께 촬영한 장면은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뿐, 그마저도 절반은 이선균이 눈을 감고 있다. 그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화면에 함께 많이 잡히는 작품으로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PMC:더 벙커' 개봉 이후에도 이선균은 내년 3월 영화 ’악질경찰‘로 관객들을 찾는다. 같은 달 영화 ’킹메이커‘도 촬영을 시작한다. 5월에는 배우 송강호와 함께 출연한 영화 ’기생충‘이 개봉한다. 그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다”면서도 30년 뒤 배우 생활을 지속할 지에 대해서는 “그 쯤 돼서는 하기 싫을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지금 이 시기에도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해요. 많은 작품들을 제안해주시는 만큼 부담감과 책임감이 크지만 대중들이 주시는 조언을 받아들이고 좋은 에너지로 더 좋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30년 뒤면 70대 중반이에요. 현장에서 부르시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 때까지 일하시는 분은 많지 않잖아요. 은퇴하고 손자도 보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연기하고 싶을 것 같기도 하고, 싫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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