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A씨는 성병 치료비 때문에 고민이다. 얼마 전 생식기가 붓고, 진물이 나기 시작해 동네 비뇨기과에 갔더니 유레아플라스마, 유레아리티쿰 균에 의한 요도염, 전립선염을 진단받았다. 성병이라는 말에 약물 치료를 하면서 수차례 검사를 받았지만, 매번 발생하는 진료비, 검사비가 생각보다 높게 나와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금액마저 5~10만원 정도로 다양하게 발생하다 보니 말로만 듣던 ‘과잉진료’는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개원 비뇨기과에서 시행하는 성병 검사비와 진료비가 비싸다는 남성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발생하는 금액도 일정하지 않아 ‘과잉진료’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과잉진료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검사 자체가 가격이 높고, 남성의 성병 증상 특성상 다양한 검사와 치료가 동시에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비뇨기과에서 시행되는 성병 검사(STD, Sexually Transmitted Diseases Testing)는 대개 PCR검사(유전자검사)로 진행된다. PCR검사는 국내외적으로 STD 검사에 권장하는 방법으로, 병이나 증상을 일으키는 균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소변 등으로 여러 균을 분석할 수 있고 정확도도 높아 기존 배양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 특히 성병을 일으키는 균의 종류가 다양하고, 종류에 따라 증상도 다르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주로 6종~18종의 다양한 균검사를 묶어 시행한다.
정기 건강검진 외 치료 목적의 PCR검사는 급여가 적용된다. 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인정한 트리코모나스 바기날리스균, 마이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균, 임균 등 일부 균만 급여가 적용된다. 검사비는 한 번 검사 시 대략 7~8만원 정도이고, 개원가의 경우 본인부담금은 30%로 환자가 내는 돈은 2~3만원 정도이다. 여기에는 검사에 필요한 재료비, 시간, 행위 등이 계산돼 정해진 가격이다. 그 외의 검사는 비급여로 시행돼 10만원 이상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는 남성의 경우 성병 증상이 요도염, 전립선염 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사가 별도로 진행돼야 한다. 즉 성병 검사를 할 때 소변과 전립선액으로 두 차례 검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검사비도 두 배로 들 수밖에 없다. 민승기 국립경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환자들은 두 번 진행하는 검사로 인해 과잉진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병으로 인해 전립선염이 발생했다면 두 검사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 맞다. 액검사까지 할 경우 진료비는 15만원 정도이고, 환자 본인부담금은 5만원 정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거꾸로 전립선염이 의심돼 병원을 찾았을 때 성병 검사까지 동시에 진행하면 과잉진료가 될 수 있다. 전체 전립선염을 봤을 때 성병균이 원인이 되는 경우는 10~15%밖에 되지 않는다”며 “성병균이 있을 가능성이 있고 환자도 동의를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의사를 묻지도 않고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일축했다.
민 교수는 민감도가 높은 PCR검사의 단점과 불필요한 균검사가 포함된 점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여성의 대표적인 성병 증상은 질염인데, 질염을 일으키는 가드넬라균, 칸디다균은 남성에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6종 이상의 검사에는 이런 균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성병균이 아닌 대장균, 포도상구균 등이 검사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고, 몸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균들도 병원성으로 인식해 양성으로 나타나면 불필요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민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만난 환자는 부인이 치료를 계속해도 균이 없어지질 않아서 본인도 검사를 하게 됐다고 했다. 그 균이 뭐냐고 물어보니 가드넬라균과 유레아플라즈마라고 하더라. 이 균은 성관계를 전혀 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컨디션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라며 “일부 개원가에서는 이 균이 없어질 때까지 약을 쓰는데, 양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감염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 비뇨기과 개원의는 “일부 개원가에서 과잉진료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단순히 검사를 많이 하고 진료비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과잉진료라고 말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고 단언했다.
그는 “증상만 두고 봤을 때도 전립선염은 치료법도 다르고 원인균도 다르기 때문에 균검사를 많이 해야 한다. 이를테면 전립선염은 성병균이 아닌 대장균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는데, 검사를 다양하게 해야 변수를 예측할 수 있다”며 “게다가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고, 증상이 많은 사람도 있기 때문에 치료법이 일률적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성병, 요도염, 전립선염은 남성 건강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미미한 증상만 있어도 확실히 치료돼야 한다. 성병균은 내성이 생기는 균이 아니기 때문에 검사도 더 타이트하게 진행하는 것이다”라면서 “성병균은 100마리 중에서 99마리를 없애도 1마리로 인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료가 늦어지거나 재발되면 환자들이 컴플레인도 많이 걸고, 병원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다.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면 좋은데, 저수가 환경에선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고 호소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