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인이 남성에 비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부장문화에 장기간 영향을 받은 노인일수록 남성과 여성 간 의료취약성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남성이 여성보다 미충족 의료에 놓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같은 내용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노인의 미충족 돌봄과 미충족 의료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 담겼다. 2014년 65세 이상 한국 노인 1만 259명(남성 4207명, 여성 605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다.
미충족 의료는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고, 미충족 돌봄은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가진 개인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신체 상태와 인지 기능이 동시에 쇠퇴하는 노인에게 의료와 돌봄은 생존과 직결되는 서비스다. 돌봄과 의료가 필요한 시기에 이와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신체 건강의 악화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미충족 수요를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 전체 노인의 8.2%가 미충족 의료를 가지고 있었다. 인구학적으로 취약하고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높았다. 특히 75세 이상 노인은 75세 미만 노인에 비해 3.1%p 미충족 의료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령의 증가로 신체 기능, 건강 수준이 악화되면서 의료서비스의 필요도가 높아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혼‧별거‧사별 상태이거나(11.9%) 독거 상태인 노인(11.9%)이 혼인 상태인 노인(6%)과 비독거 노인(7%)에 비해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높았다.
소득 4분위와 소득 1분위간 미충족 경험률 차이도 8.8%로 여전히 소득 수준에 따른 의료이용 불형평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의료에 대한 수요가 중족되지 않는 비율은 여성 노인이 9.6%로 남성(6.2%)보다 높았다.
미충족 돌봄을 가진 노인이 의료 수요가 충족되지 않는 비율은 27.5%로, 돌봄 수요를 충족한 노인에 비해 약 20%p 높았다. 특히 미충족 돌봄을 가진 남성 노인의 미충족 의료 비율이 38.5%로 가장 높았다. 여성은 26.4%였다. 돌봄 수요가 충족된 남성 노인과 비교하면 의료 수요가 충족되지 않을 확률이 10배 이상 높았다. 여성은 6배였다.
연구를 진행한 박금령 전문연구원은 “소득 수준에 따른 의료이용 비형평성은 노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큰 문제다. 저소득층, 빈곤층 노인의 의료이용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특히 여성 노인은 남성에 비해 의료에 대한 수요가 충족되지 않는 비율이 높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조건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남성 노인과 여성 노인 모두 의료이용을 하기 위해 돌봄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남성 노인에게서 연관성이 더 컸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은 가족 구성원의 돌봄에 의지하는 경향이 여성에 비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이 대부분 가족인 점을 고려하면, 남성 노인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배우자, 자녀 등 가족들의 돌봄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는 노인의 미충족 돌봄이 미충족 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젠더의 관점에서 규명했다. 이는 살아온 삶의 궤적이 성별로 다르고, 이들의 차이는 서비스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향후 미충족 의료를 파악하는데 있어 사회경제적 수준은 물론 성별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돌봄 수요의 충족 여부에 따라 미충족 의료 경험 비율이 큰 차이를 보였다. 노인의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의료비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의료와 돌봄 간 통합과 연계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