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극한직업' 류승룡 "직업과 나 사이의 간극 줄여가고파"

[쿠키인터뷰] '극한직업' 류승룡 "직업과 나 사이의 간극 줄여가고파"

'극한직업' 류승룡 "직업과 나 사이의 간극 줄여가고파"

기사승인 2019-01-18 00:00:00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은 배우 류승룡의 말을 빌자면, 그에게 입기도 편하고 보기도 좋은 옷이다. 남들이 보기 좋지만 불편한 옷이 있고, 입기는 편한데 남들 보기에 썩 좋지 않아보이는 옷도 있다.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개봉을 앞두고 17일 만난 류승룡은 “제가 편한데 남들은 불편할 수 있고, 남들은 편한데 저는 불편할 수 있잖아요. ‘극한직업’은 그런 면에서 모든 걸 만족시키는 영화였어요.”라고 말했다.

“제가 그간 해왔던 코믹극들과 결이 좀 다르긴 해요. ‘내 아내의 모든 것’이나 ‘7번방의 선물’, ‘염력’ 같은 영화들과 같이 이야기에 힘이 있다는 점은 비슷하고요. 그간 시나리오를 고르며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뭘까 고민도 많이 하고, ‘제가 하고 싶은 것’에 많이 쏠려있었는데 그 와중에 ‘극한직업’을 만났어요. 운명 같았죠.”

‘극한직업’에서 류승룡은 가장 선배다. 후배들을 망라하며 두루두루 챙겼다는 이야기가 촬영때부터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막상 본인에게는 부담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단다. 후배들이 자신에게 상담해오는 것들이 대부분 자신도 겪었던 일이며 지금도 가끔은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류승룡 본인 또한 자신이 ‘선배라 가르쳐준다’기보다는 ‘고민을 나눈다’는 느낌으로 이야기했다고.

“후배들이 제게 얘기할 때 부담이 없길 바랐어요. 그래서 차를 함께 마시며 이야기했죠. 카운셀링의 기초도 잘 들어주는 것이라잖아요. 후배들과 고민을 나누고 생각을 나눴지, 수직 관계를 만들려고 하진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팀워크가 점점 더 강해졌고, 모두 자신을 잘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됐죠. 솔직한 얘기를 하고, 서로 ‘극한직업’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고 응원하기도 했죠.”

후배들에게 참 따뜻한 사람이리라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류승룡 본인은 자신이 남들에게 뭔가를 나눠주거나 배려하는 사람이 된지 얼마 안 됐다고 털어놨다. 아버지 세대부터 이어져온 무뚝뚝함을 버리고 스스로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것부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발전했다는 것이다.

“아버지 세대는 참 팍팍했어요. 조금 좋을 만 하면 전쟁 터지고, 민주주의를 지켜야 했고, 4.19가 터지고…. 그러다 보니 서로 나누는 배려나 선물, 중요성에 대해 자식에게 학습시키실 여유들이 없으셨을 거예요. 저도 자연히 저 스스로가 제게 주는 선물에 대해 배우지 못했죠. 영화를 시작했을 때 제가 혼자라고 생각했고,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했어요. 그러다 여러 사람을 만나며 저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기 시작했어요. 제가 저라는 그릇에 뭔가 담고, 쉬어가고, 사랑이 넘쳐야 남들에게도 나눠줄 수 있는데 저를 회전률 좋은 식당처럼 괴롭혔달까요.”

류승룡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50세가 되기 직전에야 배운 교훈이란다. 보이지 않는 것과 배려, 이타적인 삶이라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지만 그로 인해 기쁨이 샘솟는다고 그는 말했다. 50대가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배우 류승룡과 인간 류승룡의 간극을 줄여서, 나중에는 좋은 배우 안에 좋은 인간 류승룡이 포함되는 그림을 완성시키고 싶어요. 제 직업과 저의 간극을 줄이고 좋은 것들로 이어져 있는, 향기나는 배우랄까요. 제 직업은 배우잖아요. 기술만 필요한 직업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고 세월과 역사, 사회까지도 담아내는 교두보 역을 하는게 제 직업이에요. 사람의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과도기지만요.”

‘극한직업’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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