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개인 SNS를 통해 공식입장을 밝히는 일이 비일비재해지고 있다. 정치인이 언론의 ‘게이트키핑’을 거치지 않고, 본인의 생각을 유권자에게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경향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손혜원 의원은 ‘목포 투기’ 의혹을 해명하는 창구로 유튜브 채널을 적극 활용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탈원전 논란’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입장을 정리해 페이스북에 올리겠다”며 예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도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를 개설해 다양한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치인이 대중에게 자신의 말을 가감 없이 전달하기 위해 전통 매체보다 SNS를 선호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언론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양승찬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언론을 우회해 자신의 메시지를 여과 없이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도래한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본인의 입장이 언론에 의해 취사선택되는 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권상희 성균관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기존 언론은 권위는 있지만 정보를 게이트키핑(취사 선택)해 정파성에 따라 전달한다. 친밀감도 떨어진다”며 “정치인이 대중에게 친밀한 SNS를 이용해 시공간의 제약, 형식의 제약 없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인의 SNS 입장 발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할 SNS가 이념 및 정치적 성향 등이 맞지 않는 의견을 걸러내는 필터로 작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양 교수는 “SNS를 통하면 본인과 이념적 속성, 정치적 성향이 맞는 사람에게만 얘기하게 된다”며 “이를 이용해 본인에게 유리한 얘기만 하려는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권 교수는 “원하는 뉴스, 원하는 채널만 볼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조성됐다. 일부 여론은 다른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유튜브만 믿는다는 얘기도 있다”며 “불편한 진실은 보지 않고 마음이 편한, 원하는 뉴스만 찾게 되는 ‘확증편향’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투기 의혹’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손 의원의 SNS에는 그를 지지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 페이스북에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손 의원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해야만 할 일을 하는 누군가가 손혜원인 게 자랑스럽다”는 등 응원 글들이 쏟아졌다. 손 의원과 최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에 대해서는 “목포건달 이제 그만 물러나라”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양 교수는 “이를 검증하는 역할을 언론이 맡아야 한다”며 “SNS 내용을 받아 적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아닌 제대로 된 정보를 공중이 얻을 수 있도록 사실 확인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권 교수도 “언론이 이를 잘 필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